지난달 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총리가 '역사공동연구기구'를 설치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의 역사학자가 참여할 이 기구가 어떻게 설립될지 자못 궁금하다.일본의 학문수준은 정평이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선 분야도 적지 않다고 한다. 양국 간 학문수준에서 격차가 있을 터인데 대등한 연구가 가능할 것인가 걱정하는 사람도 있다.
■일본의 자국사 연구자는 통상 2만명을 헤아린다. 이들이 연구하는 주제는 폭넓어서 매년 엄청난 업적이 나온다.
그뿐 아니라 외국사연구도 대단하다. 서양사는 물론, 중국사와 인도사, 그리고 이슬람역사도 깊이있게 연구해서 자국사연구에 막대한 도움을 준다.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이야기'처럼 한국 독서계를 휩쓴 일본인의 역사책은 무서울 정도이다. 그런 일본인 학자와 공동연구가 어떨지 뻔히 결과가 보인다.
■교육부가 내년부터 2년간 매년 1,000명씩 국립대학 교수를 증원시킨다고 한다.
교육여건 개선을 위한 이 계획은 주로 이공계 교수의 증원이 목적이다. 아마 한국사 전공교수를 확충하려는 계획은 없으리라 생각된다.
주요 국립대학 인문대의 한국사 전공교수의 수를 보면 한심할 지경이다.
서울대는 10명, 강원대는 3명, 충남대는 5명, 경북대는 4명, 전북대는 7명, 전남대 3명으로 주요 국립대학 교수를 모두 합해도 60여명 남짓하다.
사범대에 소속된 2~3명의 전공교수까지 합하면 10여명 더 늘어날 정도이다.
■한국에선 대학에 자리잡지 못하면 한국사 연구를 지속하기 어렵다. 연구기관도 별로 없는 형편이고, 평생 직장없이 전문가로 지내기도 어렵다.
사립대학에선 겨우 두세명의 전공자가 학과를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대학마다 한국사 교양과목이 많이 개설되지만 전공교수가 절대 부족해서 주로 강사들이 대단위 강좌로 강의한다.
교육부가 모처럼의 증원기회에 한국사 전공교수를 배려할 것인가.
지금 내년도 교육예산이 심의중이다.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의원들의 대국적인 안목이 기대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최성자 논설위원 sj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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