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특허 기술과 노하우 등 ‘무형자산’의 상품화를 통한 이른바 ‘지식 수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과거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한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물량위주의 수출에 주력해왔던 제조업체들이 그 동안 축적된 노하우와 기술을 외국기업에 판매하며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하고 있다.
전자와 반도체 생명공학 등 정보기술(IT)ㆍ바이오(BT)업체와영화ㆍ음악ㆍ서비스 업종에서 시작된 지식수출 바람은 최근들어 조선과 철강 자동차 섬유 석유화학 등 중후장대(中厚長大)업종으로까지 확산되는 추세다.
SK그룹은 올 들어 SK케미칼이 이란에 폴리에스테르 섬유와 필름 원료인 DMT증산기술을 835만 달러에 수출하는 등 SK텔레콤SK신세기 SK㈜ 등 계열사를 통해 13건의 기술 및 로열티 수출로 1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또 SK㈜는 9월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인KNPC사에 유황가스 제거기술을 판매하고 시운전을 지원해 100만달러의 용역비를 벌었다.
SK㈜ 최태원(崔泰源) 회장은 “과거 공장은 코스트(cost)센터였지만 이제는 아이디어(idea)센터로 변했다”며 “단순히 기계를 점검하고 운영하는 곳이 아니라 기술 및 노하우를 연구하고 이를 수익사업으로 연결시키는 개념으로 바꿔야한다”고 강조하며 SK의 지식수출을 독려하고 있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조선업계의 경우 선박 부품 및 선박설계ㆍ제조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올들어 세계적인 오일메이저인 미국의 코노노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선박제조기술 수출에 나서 셔틀탱커 2척건조로 1,000만달러의 로열티를 챙겼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선박용 감시제어장치, 분산제어시스템, 지능형 기관 실 예측진단시스템, 유조선 하역자동화시스템 등 IT기술을 접목한 첨단 장치 설계및 제조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철강업체인 동국제강은 최근 이란 국영 철강회사 후판공장에 최근 6개월간 3차례 기술지도를 해주고15만달러를 받았다. 연합철강도 올해 안에 호주 프로텍스틸에 갈바륨 기술 등 냉연공장 관련 생산 및 운영기술을 수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국내 대규모 장치산업은 설비과잉 등으로 어려움에 처해있지만 수십년간 쌓아온 공장운영 노하우와 생산기술 등에서 세계 최고 수준에 올라있는 부분이 많다”며 “이를 활용한 무형자산이 해외시장 개척의 발판이 되는 것은 물론 기업가치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호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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