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를 즐기다간 가산 탕진은 시간 문제라는 농담이 있다.어느 공연보다오페라 티켓이 비싸니 그럴 만하다. 최소 2만원, 비싸면 10만원이 넘는다.
용감하게 표를 사서 보러 갔다가 형편없는 공연을 보게 되면 그처럼 억울한 일도 없을 것이다. 아까운 시간이야 돌려받을 수 없다 쳐도 교통비와 밥값은 물어내라고 항의하고 싶어진다.
올 가을 서울에 올라간 10편이 넘는 오페라의 대부분이 그런 낭패감을 선사했다. 물론 예외도 있었다.
강원오페라단의 ‘토스카’(9월 27~30일 세종문화회관), 국립오페라단의 ‘코지판 투테’(10월 25~28일 예술의전당), 예술의전당이 제작한 ‘가면무도회’(10월 31일~11월 4일 예술의전당)가 그렇다. 이 세 편은 오페라 보는 재미를 돌려줬다.
분통터지는 오페라를 실컷 봤거나, 그런 낭비를 피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오페라 감별법을 소개한다.
물론 공연의 질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그러나 어느정도 미리 짐작할 수는 있다. 달걀이 상했는지 꼭 먹어봐야 아는 것은 아니잖은가.
첫째, 매회 캐스팅이 바뀌는 공연은 품질을 보증할 수 없다.
오페라는 가수와 오케스트라, 합창단, 연기자의 팀웍이 중요한 공동작업이다. 때문에 주역을두 팀 정도로 짜서 한 팀이 두세 번 이상 공연하는 것이 정석이다.
그런데, 예컨대 5회 공연에 매번 캐스팅이 다르다면, 팀마다 따로 연습하고 맞춰볼 시간이 모자라 총리허설조차 못하고 무대에 오르는 팀이 나온다. 자연히 좋은 공연을 기대하기 힘들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일이 많다. 성악가들의 나눠먹기식 출연으로 보이는 이런 무대는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은, 그들만의 잔치로 끝난다.
둘째,누가 연출하고 지휘하나 보자.
노래는 성악가가 하지만, 전체 음악의 흐름은 지휘자에 달렸으며, 그것을 시각화하는 것은 연출가의 몫이다.
오페라경험이 많고 좋은 평가를 받은 지휘자와 연출가의 무대를 골라야 실패할 확률이 적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도 중요하다. 올 가을 많은 오페라 무대가 공연에 맞춰 허겁지겁 긁어모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써서 부실한 무대를 내 놨다.
특히 국내 오페라합창은 경험 많은 국립합창단조차 연기는 불만스런 편이다. 관객더러 주역 가수 노래만 들으라는 건가. 그럴 바엔 독창회에 가거나 집에서 음반을 듣는게 낫다.
극장도 문제다. 올해 처음 오페라가 올라간 한전아츠풀센터의 경우, 이 극장의 음향은 오페라에 부적합한 것으로 드러났다.
쿠션에 물건을 던졌을 때처럼 소리가 퍽 하고 떨어져 사라져버리는, 울림이라곤 거의 없는 이 극장에서 오페라를 보는 것은 괴로웠다.
극장 크기도 변수다. 아기자기한 앙상블이 중요한 모차르트 오페라를 마이크를 써야 들릴 만큼 큰 극장에서 공연하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이제 올해 서울에서 볼 수 있는 남은 오페라는 두 편. 국제오페라단의 ‘피가로의 결혼’(10~1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서울오페라단의 ‘아이다’(20~24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이다.
앞에 제시한 기준에 따라 감별해보시도록.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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