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기사는 제목만 본다는 이들이 있다.누가 무슨 말을 했는가 시시콜콜 보도하는 대신, 정치뉴스를 간략히 다이제스트하고 다른 기사를 풍성히 한 신문이 있다면 기꺼이 구독하겠다고 그들은 말한다.
정치기사는 정치인들의 자기주장과 말싸움이며 정치판은 늘 같아 보인다는 염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신문의 중심기사는 항상 정치기사다. '신문(새 소식)'이나 '일보(매일의 보도)'라는 이름을 단 국내신문만이 그런 것은 아니다.
외국신문도 그렇다. 외국신문은 전쟁 중 창간된 신문은 '스카우트(정찰병)', 중세유럽 이래 전통을 중시하는 신문은 '헤럴드 머큐리 메신저(신이나 왕의 使者)', 근대이후 창간된 신문은 '옵저버 가디언(관찰자)'이나 '타임스(시대)' 등으로 이름이 좀더 다양하지만 역시 정치기사가 중심이다.
정치야말로 사회를 움직이는 강력한 기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느 작가 식으로 표현한다면 중요하게 여겨지는 분야들이 정치에 비겨지면 이내 빛이 바래고 다른 분야에서 일어난 큰 사건조차 정치적 사건 앞에서는 한가로운 이야기로 들리는 법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제 오늘 우리 신문들이 주목하는 정치화제는 여당의 대통령 후보들 싸움이다.
여당은 재선거에서 야당에 패배하였으니, 민심에 따라 당, 정부, 청와대를 둘러싼 의혹을 해소하고 당을 개혁해야 한다는 여론수용 노력은 깜빡 사이 동교동파와 쇄신파 간의 대립으로 이어지고 그 대립 사이를 비집고 '차기(次期)'들이 좌충우돌 중이다.
싸움에서 누가 무슨 말을 했고 옳은가는 분명치 않다. 중요하지도 않다. 때 이른 싸움으로 여당도, 애석하게 우리국민도 큰 것을 잃는 중이다.
여당은 후보를 조기에 정하면 야당후보 이회창과의 전투를 시작할 수 있다는 이점은 얻는다. 그러나 당의 구조개선 기회는 놓치고, 민심을 살 큰 기회도 잃는다.
근래 보아온 제안 중 드물게 신선해 보인, 박상천 최고위원 제안이 싸움에 밀려 이미 논의 밖으로 밀려났다.
"당을 집단지도체제로 바꾸자"는 그 제안은 우리나라에만 있는 정당총재 제도, 곧 총재 한 사람이 인사 정책결정 공직후보자추천을 다 하는 제도의 개혁을 겨냥한 것이었다.
논의가 진전되어, 여당이 거듭난다면 야당도 영향을 받을 것인데 싸움으로 밀려 버렸다.
여당 차기들의 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초조감에는 야당의 이회창 총재 발언도 한몫 한다.
그는 "정치가 내일을 모르는 유기체 같은 것이라지만 이제 다 된 것 아니냐, 우리가 대권을 먹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라고 한다.
그러나 정말 정치는 내일을 모르는 살아있는 유기체 같은 것. 인터넷에는 이회창 총재의 안티사이트와 팬사이트가 다 있고 이인제 의원의 경우에는 안티사이트만 있으며 김근태, 노무현 의원의 경우에는 팬사이트만 있어 이회창후보의 지지도가 가장 높은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어느 작은 이유가 '태풍의 눈'이 되어 현재의 지지도를 바꿀지 모른다.
박금자 편집위원
par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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