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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서울의 낙엽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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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서울의 낙엽길로…

입력
2001.11.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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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길에 내려 앉고 있다. 몇 차례의 찬 비와 바람을 더 맞으면서 이제 가을은 길을 뒤덮을 것이다.화려함을 털고 시간의 한 마디를 정리하는 자연의 겸허한 의식이다. 미련을 남기지 않고 정직하다.

그래서 자연은 인간보다 위대하다. 낙엽을 밟는 것. 그 위대한 이치에 조금이라도 다가가는 일이다.

스산한 늦가을의 정취로 들어가는 분위기 짙은 계절여행이기도 하다. 낙엽을 떨구어줄 바람까지 분다면 더욱 좋겠지. 서울의 아름다운 낙엽 길을 돌아본다.

■ 화랑로(노원구 태릉입구~삼육대)

유서 깊은 낙엽길이다. 분위기와 맛을 겸비한 카페도 늘어서 있어 연인들의 데이트코스로도 인기가 높다.

버짐나무 등 1,300여 그루의 가로수가 터널처럼 이어져 있다. 전체 길이는 8.6㎞. 이야기를 나누며 산보하듯 걷는다면 3시간이 족히 걸린다.

특히 육군사관학교 후문에서 서울여대까지 구간에 낙엽이 두텁게 쌓인다. 낙엽의 정취를 만끽했다면 육사 교정에 들어가보는 것도 좋다.

단체로 관광할 경우에는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전 9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교정을 돌아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들어가려면 토, 일,공휴일 오전 11시, 오후 1시, 3시 세 번 입장이 가능하다. 특히 토요일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생도들의 화랑의식이 펼쳐진다.

어른2,000원의 입장료를 받는다. 문의 (02)976-6454

■ 창경궁길(종로구 국립과학관~공간화랑)

가을엔 낙엽길, 겨울에는 눈 밟는 길이다. 국립과학관에서 창경궁 홍화문을 거쳐궁의 벽을 빙 돌아 비원 입구인 돈화문에 이르는 길이다.

길 주위에 주택가나 상업시설이 없어 1년 열두달 한적하다. 사람 얼굴보다 큰 플라타너스의 잎이 떨어진다.

길이 ‘ㄱ 자’로 꺾이는 원남동 로터리와 비원 돈화문 옆에 작은 쉼터가 조성돼 있다. 낙엽이 많이 떨어지면 벤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뒤덮인다.

길을 나선 김에 인근의 인사동에 들러 옛문화의 향기에도 빠져봄직하다.

■ 삼청동길(종로구 동십자각~삼청공원)

문화시설과 맛있는 먹거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은행나뭇길이다.

동십자각에서 출발한다면 오른쪽 길을 택하는 것이 좋다. 경복궁 맞은 편 길이다. 동십자각에서 청와대길로 갈라지는 삼거리까지는 갤러리길이다.

현대화랑, 국제화랑, 학고재 등 굵직한 기획전시를 벌이는 큰 화랑이 밀집해 있다. 이후부터는 먹거리길.

현재의 삼청동을 먹거리타운으로 만든 1등 공신인 삼청동수제비(02-735-2965)나 만두전골이 일품인 다락정(725-1697) 등에서 뜨거운 국물을 마시며 차가와진 볼을 녹일 수 있다.

삼청동이 끝나는 지점의 테니스장을 지나면 삼청공원이다. 24시간 개방되는 공원으로 호젓한 산책로가 있고 산책로 양쪽 입구에 다리를 쉴 수 있는 매점이 있다.

삼청공원 관리사무소(02)702-8713

■ 남산공원길(중구 장충단공원~팔각정~서울시립도서관)

이른 아침이면 운동하는 인근의 시민이, 밤이 되면 데이트족이 즐겨 찾는 곳이다.

장충단공원에서 국립중앙극장에 이르는 길은 특히 은행나무가 아름답다. 오후 6시께면 오렌지빛 가로등이 켜지기 시작한다.

나무에 남아있는 은행잎과 거리를 덮은 은행잎이 몽땅 오렌지색으로 반짝인다. 국립중앙극장 이후부터 팔각정을 거쳐 시립도서관이 이르는 길은 아스팔트로 포장된 완만한 산길이다.

각종 나무들이 터널처럼 길을 덮고 있다. 팔각정 옆에 서울의 상징인 서울타워(02-775-6222)가 우람하게 서 있다.

오전 9시부터 밤12시까지 문을 연다. 360도 회전하는 전망대에 서면 멀리 인천 앞바다, 개성의 송악산까지 눈에 들어온다.

■ 워커힐숲길(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후문~쉐라톤워커힐호텔)

쉐라톤 워커힐호텔은 역사가 깊은(1963년 개관) 호텔답게 울창한 숲을 거느리고 있다. 그 숲 사이사이로 조깅코스, 산책로 등이 나 있다.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며 낙엽을 밟는데 제격이다. 특히 나무의 종류가 다양해 여러가지 예쁜 낙엽을 주울수 있다.

한때 이승만 전대통령의 별장이 있었던 워커힐 호텔은 아차산과 한강이 만나는 곳. 한강을 내려다보는 조망이 빼어나다.

조금 땀을 흘릴 작정을 했다면 아차산 등산을 겸해도 좋다. 해발 287m의 아담한 산이기 때문에 부담없는 가족산행으로 적당하다. 아차산관리사무소(02)450-1395

■ 정동길(중구 정동제일교회 진입로)

덕수궁 돌담길로 불리던 길이다. 가을이 아니더라도 연인들의 속삭임이 언제나 함께하는 곳이다. 한국 기독교 감리교의 본산 중 하나인 정동제일교회로 향하는 덕수궁, 경향신문, 미대사관길 등 세 갈래이다.

정동길은 최근 모습을크게 바꿨다. 자동차가 다니는 아스팔트는 1차로만 남고 나머지는 몽땅 보도이다.

보도 양쪽으로 은행나무, 느티나무, 살구나무가 심어졌다. 궁중유물전시관과 미술관이 들어있는 덕수궁(02-752-0735)을 비롯해 호암아트홀, 정동극장, 난타전용극장, 정동이벤트홀 등 다양한 문화가 살아 숨쉬는 문화의 거리이기도 하다.

■ 선릉(강남구 삼성동)

조선 성종과 그의 계비 정현왕후 윤씨의 능. 옆에 중종의 능인 정릉도 있어 선정릉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삼성동 일대의 오피스타운과 완전히 구별되는 다치지 않은 자연을 간직하고 있다. 그래서 깊은 호흡을 하고 싶은 인근의 직장인들이 짬을 내 찾는 곳이기도 하다.

교통도 편하다. 지하철 선릉역에서 내려 선릉로를 따라 100여m를 오르면 입구. 입장료 400원을 내고 들어서면 주변과 전혀 다른 세계와 만나게 된다.

19만 9,000㎡의 능 안에는 온갖 나무들이 빼곡하다. 지금 그 나무들이 가을을 털어내고 있다. 관리사무소 (02)568-1291

■ 홍릉수목원(동대문구 청량리2동)

서울시 유일의 도심 수목원이다. 정확한 이름은 임업연구원 부속 홍릉수목원이다.

13만여 평의 숲에 침엽수원, 활엽수원, 관목원 등 12개의 전문 수목원이 조성돼 있다. 2,000여 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자란다.

숲 사이로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다. 낙엽의 정취에 젖으며 한바퀴 돌아보는데 약 3시간 정도가 걸린다.

나무마다 이름표를 붙여 놓았기 때문에 자연학습장으로도 좋다. 일요일에만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일반에 개방한다.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은 물론 사시사철 절대금연. 인근의 홍릉, 세종대왕기념관등도 가을의 정취에 젖을 수 있는 곳이다. (02)961-2716

가을은 땅을 덮으며 겨울을 준비한다.떨어진 낙엽만큼이나 가을의 추억도 두꺼워진다. 아이들이 화랑로의 낙엽을 자전거로 밟으며 그 추억을 만들고 있다.

권오현기자

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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