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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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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인사동 '토토의 오래된 물건'

입력
2001.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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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6년판 국민학교 5학년 2학기 국어교과서, 스카이 콩콩, 붉은색 돼지저금통…. 서울 종로구 인사동 골목 한 켠에 자리잡은 네오-앤티크(신개념 골동품) 전문점 ‘토토의 오래된 물건’의 ‘상품’들이다.6~7평 남짓한 가게 안에 언뜻 보아도 소용닿을 데가 없는 잡동사니들이 온통 여기저기 널리고 쌓여 있다. 여느 골동품과 달리 ‘전성기’에도 남다른 눈길 한번 못 받았을 성 싶은 평범한 물건들이다. 그러니까 이 곳은 그저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향수를 파는 곳. 범상한 것도 추억이 더해지면 ‘낭만’이 된다.

마징가Z 로고가 박힌 빨간색 ‘삼일표’ 가방은 1970~80년대 초반의 초등학교 여자 짝궁을 떠올리게 한다. ‘아폴로 딸기맛 과자’는 요즘 시각으로는 당연히 불량식품이다. 학교앞 문구점에서 주로 팔던 것으로 비닐 대롱에 든 시럽을 짜먹던 기억이 새롭다.

축구장 그림판 위에 플라스틱 축구공을 튕겨 놀던 ‘축구 게임판’, 주사위나 윷을 던져 길을 정하는 ‘뱀 주사위 놀이판’, 삼장법사가 그려진 ‘빙고딱지’에다 무늬가 반쯤 벗겨진 책받침, 공기와 구슬도 있다.

누렇게 변색된 5학년 국어교과서를 펼치니 비뚤비뚤한 연필글씨로 ‘나이팅게일’이라고 써 있다. 책 주인은 어쩌면 백의천사가 되길 꿈꾸었을 것이다. 가게에는 이런 물건들이 5만여 점쯤 있다.

가게 안의 시대는 1970년대다. 주인 민권규(閔權圭ㆍ35)씨는“내가 어렸을 적에 갖고 놀거나 보았던 물건에 대한 지독한 향수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동기”라며 “고객 역시 1970년, 80년대 초반에 청소년기를 보낸 30대 후반, 40대 초반 연령층이 주류”라고 소개했다.

잡동사니들 중에서 민씨가 가장 아끼는 소장품은 ‘서울우유병’. “문득 옛날 아침마다 배달되던 병우유가 떠오르더군요.

지금 우유보다 더 맛있었던 것 같아요. 지방 수집상들에게 주문을 했는데 용케도 3년만에 전라도 한 섬에 남았던 것을 입수했습니다. 밤새 품에 안고 잤습니다.

노원명기자

narzi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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