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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비디오세상] 마리와네뜨의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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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선희의 비디오세상] 마리와네뜨의 생

입력
2001.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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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의 거장 잉그마르 베르히만의 작품을 국내 개봉관에서 본 적이 있던가?다행히 지난 봄, 그의 작품 일부를 모아 상영한 영화제를 계기로 주요 작품 대부분이 비디오로 출시됐다.

출시작을 연대기 순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 여름 밤의 미소’(1955년), ‘제7의 봉인’(1957), ‘산딸기’(1957), ‘처녀의샘’(1960), ‘어두운 유리를 통해’(1962), ‘겨울빛’(1953), ‘침묵’(1963), ‘외침과 속삭임’(1972), ‘베를린의 밤’(1978),‘가을 소나타’(1978), ‘마리와네뜨의 생’(1980), ‘화니와 알렉산더’(1983). ‘한 여름…’ ‘제 7의…’ ‘산딸기’ ‘어두운…’은두 번씩이나 출시됐으니, 베르히만과 같은 거장 영화를 보기 힘든 나라라는 불평은 할 수 없게 됐다.

베르히만에 대해 우리가 가장 많이 들은 설명은 ‘신의 존재와 구원을 묻는 영상 철학자’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는 그의 초기작, 특히 ‘제7의 봉인’이나 ‘처녀의 샘’의 명성이 워낙 대단해서 다른 작품이 가려진 때문일 것이다.

여성과 부부 관계를 통해 현대인의 건조한 인간 관계를 조명하는 ‘외침과 속삭임’ ‘가을 소나타’‘마리와네뜨의 생’과 같은 후기작이 오늘의 우리에겐 훨씬 더 잘 와 닿는다.

20~30여 년 전 작품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현대인의 모랄을 냉정하게 묘파한 이 단촐한 영화들에서 훨씬 큰 감동을 받는다면 불행한 것일까.

‘마리와네뜨의 생’(Ausdem Leben der Marionetten, 18세)은 독일 자본으로 만든 독일어 영화다. 성공한 사업가 피터(로버트 앳존)와 패션계에서 일하는 카타리나(쿠리스틴 부쉐거) 부부의 파경과 이로 인한 피터의 살인 심리를 추적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피터가 아내와 똑같은 이름을 가진 창녀를 살해한 후 자수하자, 수사반장이 그의 아내, 정신과 의사, 모친 등을 인터뷰하며 피터가 살인을 할 수밖에 없었던 강박 심리에 관객을 동참시킨다.

붉은빛이 도는 실내에서의 살인과 정신병원에 감금된 피터의 모습을 보여주는 마지막 장면을 제외하곤 모두 흑백 처리를 하고 있고, 실내에서의 대화만으로 영화를 이끌고 있어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집중해서 이 냉혹한 드라마에 빠져들 수 있다.

/영화평론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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