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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북경자전거 "왜이래, 이 자전거는 내거란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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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북경자전거 "왜이래, 이 자전거는 내거란 말야"

입력
2001.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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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서 올라왔어요. 돈 벌려고요. 퀵서비스 배달원으로 취직이 됐어요. 기어까지 달린 좋은 자전거가 나오더군요. 자전거 값을 갚으면 내 자전거가 되죠. 그러면 8대2에서 5대 5로 내가 버는 돈도 더 많아져요. 자전거 값을 다 갚았는데 이상하게 회사에서 하루를 더 일해야 한다고 했어요. 배달할 물건을 찾으러 사우나에 갔다가 얼떨결에 목욕을 하고 나오니 자전거가 없어졌어요. 자전거 없으면 배달 일도 못하는데…” (구웨이)“친구들과 자전거 묘기 연습을 해야 하는데, 내 자전거가 없었죠. 난 자전거 묘기를 잘 부리거든요. 할 수 없이 동생 학비로 모아둔 돈을 몰래 훔쳐서 중고자전거를 샀어요. 꽤 폼이 나는 자전거였죠. 예쁜 지아오와도 사귀게 됐어요. 지아오와 나란히 자전거를 타고 다닐 때는 정말 기분이 좋아요. 현관 구석에 자전거를 숨겨놓았는데, 간밤에 없어졌네요. 자전거가 없으면 지아오가 다른 놈한테 넘어가버릴 텐데…”(지안)

장이모, 첸카이거를 잇는 중국의 ‘제6세대’ 대표 감독 왕 샤오슈아이(王小帥)는 현재의 중국을 군설명없이 묘사할 수 있는 소재로 자전거를 선택했다.

올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인 은곰상을 수상한 ‘북경자전거’(Beijing Bicycle)다.

베이징하면 금세 떠오르는 인상이 있다. 매스미디어를 통해 꽤 익숙한 영상이다. 교통경찰관의 수신호에 따라 끝없이 이어지는 자전거 출퇴근 행렬.

열일곱 동갑내기 구웨이(츄이 린)와 지안(리빈)이 자전거 한 대를 두고 서로 ‘내 거’라며 치고박고 야단이다.

구웨이에게 자전거는 의식주를 해결할 생계수단이고, 지안에게 자전거는 또래들과 의사소통의 수단이다.

서로 자전거를 갈구하는 이유는 다르지만 절박하다. 자전거가 자신들의 가장 소중한 꿈을 이뤄주는 열쇠이기 때문에.

둘이 내놓은 해법은 ‘공유’이다. 둘은 ‘협상용’이라는 이유로 담배를 배우면서 어른들의 세계로 진입해 간다.

구웨이와 지안은 자전거를 나눠 타면서 단절의 틈을 좁혀 나간다. 뒤늦게 인사를 나누고, 지안이 지아오의 새 남자친구 패거리에게 쫓기자 구웨이도 함께 도망다니며 베이징의 너저분한 뒷골목을 누비고 다닌다.

몰매를 맞고도 망가진 자전거 바퀴를 꼭 붙잡으며 널브러지는 구웨이는 특히 자전거, 곧 자신의 삶과 꿈에 대한 집착이 대단하다.

부서진 자전거를 메고 자전거가 몰린 대로를 방황하는 구웨이의 삶은 비루해 보이지만, 희망을 포기하기에는 일러 보인다. 10일 개봉.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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