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의 내분이 10일 이상 계속되면서 각 세력과 계파 간 전선(戰線)이 복잡해지고 있다. 다양한 쟁점별로 서로의 이해가 엇갈리는 탓에 피아(彼我)가 순간순간 뒤바뀌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형국이다.■ 이인제측 vs 한화갑 김근태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 측이 최근 “최고위원들의 일괄 사퇴는 대선후보 경선 전당대회를 내년 6월 지방선거 뒤로 미루려는 측의 음모에서 나왔다”고 주장한 게 발단이다. 공개적으로 거론하진 않지만 은연중 한화갑(韓和甲) 최고위원측이 주 표적임을 감추지않는다.
이에 대해 한 최고위원측은“오히려 이 최고위원측이 조기 전당대회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특정세력과 연합해 최고위원 일괄사퇴를 끌어낸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김근태(金槿泰)최고위원도 5일 “이 최고위원이 2일 간담회에서 막판에 일괄사퇴를 주장하는 바람에 사퇴가 결정됐다”고 가세했다.
■ 이인제 정동영 vs 노무현
이 최고위원과 정동영(鄭東泳) 최고위원의 7일 청와대 최고위원 간담회불참 방침이 문제다. 두 최고위원은 “최고위원 직에서 물러난 마당에 최고위원 간담회에 참석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입장이다. 청와대와 맞서는 것으로 비치는 것은 당연하다.
노무현(盧武鉉) 최고위원은 이를 겨냥해 4일 “차기를 노리는 사람들이 정치계산 때문에 대통령에게 화살을 겨누는 사태까지 일어나고 말았다”며 두 사람을 강하게 비판했다.
■ 동교동계 구파 vs 개혁그룹
민주당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 등을 겨냥한 ‘표적쇄신’문제가 핵심이다.개혁그룹측에선 ‘김대중 대통령의 통치에 부담을 주고 국민의 의혹 대상이 되는 인물’로 지목, 이들의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본인들은 물론권 전 최고위원이 좌장인 동교동계 구파는 ‘마냥사냥’이라며 강하게 반발한다. 권 전 최고위원측은 “여론재판식으로 정계 은퇴를 요구하는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경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 동교동계 구파 vs 동교동계 신파
개혁그룹의 인적 개편 등 당정쇄신 요구, 전당대회 개최 시기 등을 놓고양측의 시각이 판이하다. 구파는 당정쇄신론의 배후에 신파가 있다는 의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내년 대선후보 경선에서 구파와 특정 주자측과의 연대를 차단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신파측은 “당정 쇄신은 민심이 요구하는 것으로 특정세력을 제거하자는 주장이 아니다”고 말한다.“오히려 구파가 우리의 앞길을 방해하고 있다”는 불만이 대단하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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