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리 크리스탈, 빌 머레이, 마이크마이어스, 아담 샌들러. 이미 우리나라에서는 팬이 꽤 많은 코미디 배우들로 모두 미국 NBC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신이다.이제 롭 슈나이더의 이름을 기억할 차례다. 이미 ‘듀스 비갈로’ ‘빅 대디’에서 코믹 배우로서의 연기력을 과시했지만, ‘빅 대디’에서는 아담 샌들러의 빛에가렸고, ‘듀스 비갈로’는 ‘남창’이라는 소재의 한계로 우리나라 관객에게는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애니멀(The Animal)’ 에서 드디어 그는 개인기를 뭉터기로 쏟아 놓는다.
비리비리한 형사 수습생 마빈(롭슈나이더). 동네 개조차 그를 우습게 보니 형사 일을 제대로 할 리 만무하다.
그러나 그의 차가 코를 푼 휴지조각처럼 구겨진 날, 그는 와일더박사의 수술로 새 사람이 된다.
도저히 가망이 없던 그는 동물의 장기를 이식받아 등에 생긴 커다란 X자 모양의 수술 자국과 원숭이 엉덩이가 된것 외에는 멀쩡하게 살아 돌아온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어떻게 마약견처럼 엉덩이 사이에 꼭 끼어있던 마약의 냄새를 맡았을까, 물에 빠진 시장의 아들을 구할 땐 꼭 물개 같네, 섹시한 여자를 보고 흥분해 우체통을 안고 ‘고군분투’ 하는 것을 보면 발정기의 말 같기도 하고.
자꾸동물의 본성이 강해지는 그는 사랑스런 리안나(콜린 하스켈)를 해칠까 봐 온몸을 묶고 그녀와 동침을 하는 지경에 이른다.
게다가 동물 습격사건이 잇달아 발생하면서 그는 유력한 용의자가 되고, 사람들은 ‘영웅’대신 ‘괴물’이라며 그를 뒤쫓는다.
할리우드 SF 영화의 소재가 낯선우주 괴물에서 변종으로 옮아 온 유행(‘에볼루션’이 대표적인 예)을 반영하듯, 이번에는 이 ‘변종’을 코미디에 끌어 들였다.
현대 과학이 가능케 한 동물의 장기 이용. 그렇다면 동물 장기로 가득찬 인간은 어디까지가 인간인가.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는 어디까지인가.
많은 의문이 가능하지만 영화는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오버하지 마세요.”
골치 아픈 철학적 의문 대신 ‘남성=짐승’이라는 도식을 이용해, 성대모사 및슬랩 스틱 코미디의 전형을 보여주는데, 화장실 유머 수준의 코미디에 박장대소하고 의외의 결말에 한 번 놀라고 나면 영화는 어느 새 ‘엔드’ 자막이 올라간다.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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