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위성방송 알 자지라를 통해 방영된 오사마 빈 라덴의 3일 연설은 도널드럼스펠드 미 국방부 장관의 순방 일정을 치밀하게 계산해 내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럼스펠드가 다음날 파키스탄에서 라마단(금식월) 기간중폭격중단 요청을 거절할 것이라는 사실을 내다보고 절묘한 타이밍에 이슬람인들을 종교적으로 선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럼스펠드는 4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라마단을심각하게 여기고 있지만 폭격을 중단할 여유가 없다”고 밝혀 파키스탄인들의 분노를 샀고, 다시한번 선전전에서판정패하는 결과를 낳았다.
라마단 공습을 계기로 이번 전쟁을 ‘종교 전쟁’으로 부각시키려는빈 라덴의 전술에 점점 더 말려들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빈 라덴은 기다리는게임을 하고 있다”며 “미군의 공습이 계속돼 고통 받는 아프간 국민들을 자기 목적에 이용할 수 있기를 빈라덴은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등지에선 이를 계기로 알자지라 방송을 아예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하기 시작했다.영국방송위원회(ITC)는 빈 라덴의 연설을 방영한 것이 인종ㆍ종교 갈등 선동을 금지한 유럽연합 방송법을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고 영국 데일리텔레그라프가 5일 보도했다.
한편 독일 일간지 빌트는 빈 라덴이 비디오 녹화연설에서 추종자들에게 새로운 테러 메시지를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5일 보도했다. 이슬람 전문가 페터 숄-라우터는 이번 녹화 테이프에서 특히 눈에 뜨이는 오른손의 검은 반지는 추종자들에 대한 비밀 신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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