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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인도 정치판도 '자식'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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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개인도 정치판도 '자식' 걱정

입력
2001.11.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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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노릇하기 힘든 세상이다.애들 공부시키는데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과외비가 따르고, 주요 뉴스를 장식하는 인물들처럼 돈 좀 벌어보라는 마누라핀잔도 남편 기죽이기에 충분한 조폭 수준이다.

출근하면 성과급제로 바뀐 직장에서 B급, C급 계급장을 달고 주눅든 나날을 보내야 한다.

그래도 이혼율과 이민율이 세계 최고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는 나라에서 살든 사람과 살든 나라에 아직 머물러 살수 있는 것이 행복하기만 하다.

청와대의 가장께서도 자식들 걱정에 하루가 석달 열흘일 것이다.

애비를 도와 나라경제 좀 살려 보자는 데, 왜 이렇게 동교동에서 키운 자식들은 기득권 누리기에 급급하고, 자의반 타의반 데려온 자식들은 애비자리만 탐내고 있으니, 해외출장조차 마음 편히 다녀오지 못할 지경이다.

그나마 재혼없이 여소야대로 바뀐 정치판에서 눈치보는 정치나 펼쳐야 하니, 어디 중국 공안당국이나 일본 꽁치잡이들과 실무외교를 펼칠정신이나 있겠는가!

그래도 실업률과 부도율이 세계최고 수준에 있는 나라에서 노벨평화상과 햇볕정책을 이끈 인물이 가장으로 있는 것만 해도 행복하기만 한가?

3년전 정부의 구조조정 정책에 충실하겠다고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모두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한 재벌회장의 감명적인 사내연설이 있었다.

하지만 그 재벌기업도 자식 때문에 사업구조조정이 법정에 계류되어 있다. 정치판의 구조조정도 자식들부터 그 대상이 되어야 할 지경에 이른 것 같다.

청와대의 가장께서 나라살림을 걱정하면서 정치판의 구조조정을 한다면, 적어도 사업판의 구조조정에서 겪은 그동안의 실패를 반복해서는 안될 것이다.

첫째는 하이닉스 반도체와 같은 잘못된 '빅딜'을 하지 말자는 것이다.

자칫 모든 정치적 파벌집단이 빅딜의 대상이 되어 꽁치꾸러미처럼 애비가 사고 팔러 다니지 않았으면 한다.

그들도 이제는 정치시장에서 제값을 스스로 받을 수 있도록 국민들의 판단에 맡기자는 것이다.

둘째는 채무비율 200% 미만과 같은 경직된 규제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자칫 민주화투쟁을 하지 않은 인물은 정치인이 되어서는 안되는 것처럼 보아온 속 좁고 어리석은 관점을 철저히 버렸으면 한다.

나라살림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사실 민주화를 위해 투쟁한 집안자식들보다는 바깥의 유능한 인재를 폭넓게 활용했어야 했다.

YS정부나 DJ 정부가 하지 못한, '자기보다 훌륭한 사람을 활용할줄 아는 자', 철강왕 카네기 회장이 평생 강조해온 철학을 우리 정치판에도 심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셋째는 종업원 숫자만 줄이는 인력구조조정은 그만 하자는 것이다.

자국민 보호조차 못하는 외교력으로 동북아 자유무역지대를 만들어 보았자 한국이 주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없다.

글로벌 시대에 요구되는 지식기반정부는 능력 없는 관료와 정치인이 배제된 전문가 위주의 작은 정부이지, 특정지역과 특정 인물만 감싸며 자리바꿈 시키는 닫힌 정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엊그제 한국인사관리학회에서 올해의 경영자 대상을 수상한 조흥은행의 위성복 행장이 던진 수상소감 한마디, '조직은 최고경영자의 고민을 먹고 산다'는 말을 여야 할 것 없이 위정자들 모두가 되새겨 보았으면 한다.

도대체 자기네끼리 주고받은 최고위원자리를 다시 맡든 떠나든 국민들의 관심과는 아랑곳없다는 사실을 알고나 있는지 자못 의심스럽다.

어른만 챙기려는 적자나 동생만 챙기려는 형님, 자기 자식만 챙기려는 애비나 아무도 챙기지 않는 어른, 그리고 자기만 챙기려는 가장은 누구하나 평범한 집안의 가장보다 못한 자들이지 않는가?

이제는 자식들도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어야 하는 정치판에서, 경제뿐만 아니라 외교와 안보, 그리고 농수산 경영에 대한 비싼 과외공부를 시켜서라도 나라살림 좀 바로 챙겨주는 인물이 정치와 행정을 맡아주었으면 한다.

/박기찬 인하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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