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이 일어 났다. 그러나 이번에는 뉴욕 양키스가 아닌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기적이었다. 그리고 거짓말 같은 드라마는 더 이상 내일이 아닌 내년을 기약하고 끝이 났다.애리조나가 5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뱅크원 볼파크에서 끝난 뉴욕 양키스와의 제97회 월드시리즈 최종 7차전서 3-2로 역전승,4승3패로 창단 4년 만에 첫 정상에 올랐다. 최우수선수는 4승을 모두 합작해낸 '원투펀치'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이 공동 수상했다.
월드시리즈에서 10년 만에 재현된 20승 투수들의 맞대결,커트실링(애리조나)과 로저 클레멘스(양키스)의 삼진 퍼레이드는 명승부를 알리는 서곡이었다. 1-1로 팽팽히 맞선 8회 양키스 선두 타자 알폰소 소리아노가 역전 솔로포를 그려내자 애리조나의 5만 홈관중은 한 숨을 내쉬었다. 우승트로피는 월드시리즈 정상에 26차례나 오른 양키스에게 가는 듯 했다. 더구나 8회말 마운드에 선 마리아노 리베라는 아웃카운트를 모두 삼진으로 잡아내 월드시리즈 통산 방어율 1위의 면모를 드러냈다.
그러나 뉴욕에 이어 다시 9회말의 역전 드라마가 재현됐다. 선두타자 마크 그레이스가 우전안타로 출루,공격의 물꼬를 텄다. 다음 타자 데미안 밀러의 번트를 수비한 리베라가 볼을 2루로 무리하게 던지다 볼이 빠지며 무사 1,2루가 되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대타 제이 벨이 번트를 투수정면으로 보내 1사 1,2부로 바뀌자 다시 승리는 불가능해 보였다.
분위기를 반전시킨 주역은 리그챔피언십 5차전서 끝내기 안타를 뽑아냈던 토니워맥.가는 빗방울이 내리는 가운데 워맥은 우익선상 2루타로 동점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였다. 크레이그 카운셀이 몸에 맞는 볼을 얻어 찬스를 1사 만루로 이어 갔고,다음 타석에 들어선 루이스 곤살레스가 초구를 ??려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렸다. 철벽마무리 리베라는 포스트시즌 52경기 만에 첫 패배를 안았고,양키스는 4년 연속 우승에 실패했다.
피닉스 역사상 모든 스포츠 종목을 통틀어 첫 정상에 오르자 관중들은 애리조나의 유니폼 색깔을 연상시키는 응원 문구인 '보라색의 힘'이라느 피켓 등을 들고 환호했다.특히 제리 콜란젤로 구단주가 챔피언트로 피를 들고 "모두 여러분을 위한 것"이라고 말하자 분위기가 한껏 달아올랐다.
피닉스=정원수기자
■'원투펀치' 실링·존슨 공동 MVP
커트 실링(34)과 랜디 존슨(37)이 올 포스트시즌서 합작한 9승을 보노라면 마치 1960년대 LA 다저스의 전설적인 좌ㆍ우완 원투펀치 샌디 쿠펙스와 돈 드라이스데일이 부활한 듯한 느낌이다.
쿠펙스와 드라이스데일은 1963년 월드시리즈에서 나란히 2승씩을 거두며 뉴욕 양키스의 3년 연속 우승을 저지했던 주인공이다.우연의 일치일까. 38년 만에 부활한 원투펀치는 또 다시 ‘브롱크스 폭탄’으로 불리던 양키스를 팀타율 1할8푼3리로 잠재웠다.
실링은 올 포스트시즌서 4승 무패, 방어율 1.12, 특히 월드시리즈에서 1승 무패, 방어율 1.69로 에이스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월드시리즈에서 3차례 선발 등판은 1991년 미네소타 트윈스의 우승을 이끌었던 잭 모리스 이후 처음이다.
오랜 마이너리그 생활 끝에 88년 볼티모어 오리올스에서 데뷔한 실링은 그해 아버지가 돌아가는 고통을 겪었던 실링은 지금도 볼을 뿌리기 직전 마운드에서 목걸이를 어루만지며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더듬는다. 지난해 7월고등학교를 다녔던 피닉스를 홈으로 하는 애리조나로 옮긴 후 올 시즌 22승6패, 방어율 2.98를 거둬 생애 첫 사이영상 수상이 유력하다. 통산전적은132승101패, 방어율 3.37. 올스타는 4차례 선정됐고, 통산 71차례나 완투, 이 부문 현역 7위에 올라있다.
존슨은 큰 경기에 약하다는 징크스를 털어냈다. 선발과 구원을 오가며 3차례나 월드시리즈 무대에 선 존슨은 3승 무패 방어율 1.04로 제 몫을 해냈다. 사상 13번째로 월드시리즈에서 3승을 거둔 투수. 챔피언 트로피를 서로차지하려는 시늉을 한 실링은 “모든 스포츠를 통틀어 최고의 제국인 양키스를 무너뜨리고 따낸 챔피언이라 더할 나위 없이 기쁘다”며 동료 존슨을 끌어안았다.
한편 월드시리즈 최우수선수(MVP)가 공동으로 뽑힌 적은 1981년 LA 다저스 론 세이, 페드로 게레로, 스티브 이거 이후 20년 만이자 사상 두번째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드라마의 연속…명승부 반열에
월드시리즈가 7차전까지 간 것은 이번이 통산 34번째이다. 이 가운데 전세계 야구팬들을 감동시킨 명승부는 여러 차례 있었다. 전문가들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뉴욕 양키스의 올 월드시즈도 잊지 못할 명승부로 꼽고 있다.
1960년 피츠버그 파이러츠와 뉴욕 양키스의 7차전은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4-0, 4-7, 9-7, 9-9로 역전, 재역전, 동점을 이룬 9회초 피츠버그는 마제로스키의 극적인 결승 홈런으로 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수비하나로 희비가 엇갈린 62년 뉴욕 양키스_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도 감동의 드라마였다. 1-0으로 리드하던 양키스는 9회말 2사 2루의 동점 위기를맞았으나 자이언츠의 윌리 맥코비의 빨랫줄 같은 타구를 2루수 보비 리차드슨이 기막힌 수비로 잡아내 정상에 올랐다.
91년 미네소타 트윈스_애틀랜타 브레이브스의 7차전도 인구에 회자되는 빅매치. 미네소타는 6차전에서 커비 퍼켓의 극적인 굿바이홈런으로 3승3패를 이룬뒤 7차전에서 대타 젠 라킨의 끝내기 안타로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궜다.
올 월드시리즈도 명승부 열전의 반열에 오를 정도로 전세계 야구팬들을 열광시켰다. 홈에서 먼저 2연승한 애리조나는 김병현이 4, 5차전에서 9회2사후 동점투런홈런을 맞는 등 믿기지 않는 패배를 당해 벼랑 끝에 몰렸으나 홈 6차전에서 15-2로 대승한데 이어 7차전에서 9회말 극적인 끝내기 안타로정상에 올랐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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