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차전은 생각도 하고싶지 않다.” 조 토레 뉴욕 양키스 감독은 4일(한국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 뱅크원볼파크에서 계속된 제97회 월드시리즈 6차전을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서 우승을 확신한 듯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초반부터 토레 감독의 의도와는 정반대로 경기가진행됐다.양키스 타선은 “내일은 없다”는 각오로 맞선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발 랜디존슨의 구위에 꼼짝 못했고 마운드마저 겉잡을 수 없이 무너졌다. 4, 5차전서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2점 홈런을허용, 다 잡았던 승리를 놓친 애리조나는 3승3패로 균형을 이뤄 벼랑 끝에서 탈출했다.
애리조나는 존슨이 7이닝을 6피안타, 2볼넷, 7탈삼진, 2실점(자책)으로 막았고타선이 22안타를 집중시켜 양키스에 15_2로 압승을 거두며 3연패(連敗) 뒤 1승을 거뒀다. 2차전서 완봉승을 거둔 존슨은 2차례 선발 등판을모두 승리로 장식했다. 20승 투수 로저 클레멘스(양키스)와 커트 실링(애리조나)이 맞붙는 7차전은 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월드시리즈가7차전까지 이어진 것은 1997년 플로리다 말린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전 이후 4년 만이다. 또 20승 투수끼리 7차전서 맞대결한 것은 사상6번째다.
6차전도 아웃카운트 하나가 빌미를 제공했다. 애리조나가 1_0으로 앞서던 2회1사 2, 3루. 8번 데미안 밀러를 고의사구로 내보내 누를 가득 채운 토레 감독은 투수 존슨의 타석 때 병살타를 노렸다. 존슨은 초구에 볼을건드렸고 타구는 3루 쪽으로 평범하게 굴렀다. 하지만 양키스 3루수 스콧 브로셔스가 홈으로 던진 볼이 낮게 떨어지면서 병살타로 연결시킬 시간을놓치고 말았다.
그러자 양키스 선발 앤디 페티트는 페이스를 잃고 쉽게 무너졌다. 곧바로 다음타자 토니 워맥이 중전 적시타를 때려 주자 2명을 불러들여 3_0으로 점수차를 벌렸다. 또 제이 벨까지 페티트를 중전안타로 두들겨 1점을 더 보태4점차로 달아났다. 3회 애리조나는 2루타 3개 등 8안타를 집중시키며 8점을 거둬 사실상 승부를 갈랐다. 이날 애리조나가 친 22안타는 월드시리즈한 게임 최다안타 신기록. 종전기록은 21년 뉴욕 자이언츠, 46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세운 20안타. 또 월드시리즈 26회 우승의 명문 뉴욕양키스가 포스트시즌서 15실점을 한 것도, 13점차로 패한 것도 처음이다.
○…양키스의 골수팬인 루돌프줄리아니 뉴욕시장은 이날 경기를 관전한 뒤 뉴욕마라톤에 참가하기 위해 곧바로 떠났다. 줄리아니는 7차전을 관전하기 위해 4일 오후4시30분 비행기편으로 다시 피닉스로 올 계획이다.
○…4,5차전서9회 2사 후 투런홈런을 허용했던 김병현은 기분 전환을 위해 긴 머리를 비교적 짧게 잘라 눈길을 끌었다.
피닉스=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김병현 "마지막이 남았다"
‘영원한 헤드라인(Headline)이되느냐 아니면 주석(Footnote)에 그치느냐.’ 미국 언론이 ‘비운의스타’로 지목한 김병현(22ㆍ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은 이제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마지막 명예회복의기회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봅 브렌리 애리조나 감독은 6차전을 앞두고도 “오른손 타자와의승부에서 김병현을 마무리로 내세우겠다”며 일단 신뢰를 보냈다.
AP통신, ESPN 등 주요 언론들은 김병현을 미치 윌리엄스(93년 필라델피아필리스), 도미 무어(86년 캘리포니아 에인절스) 등 월드시리즈나 리그 챔피언전에서 결정적인 홈런 한방을 허용한 뒤 선수생명이 끝난 마무리 투수에빗댔다.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5차전서 김병현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을 때 ‘MVP 김병현’이라며 조롱하는 문구가 등장했고 피닉스 지역 언론들은 김병현과 브렌리 감독을 함께지목, ‘바보’라고 놀렸다. 특히 현지언론들은 김병현이 팀 동료 뿐아니라 한국팬들까지 실망시켰다는 부담감을 떨치지 못할 경우 상처를 씻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욕 쿠퍼스타운 명예의 전당에 근무하는 야구사가(史家) 에릭 엔더스는 “김병현이내준 홈런 2방은 야구 역사상 가장 중요한 홈런으로 기록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도 양키스가 이긴다는 전제를 달았다. 거꾸로 애리조나가 우승할 경우 그 의미는 반감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될 경우김병현의 부끄러운 기록은 야구역사의 헤드라인이 아닌 주석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정원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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