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사가 불법 복제를 막기 위해 사용자 인증제도까지 채택한 차세대 컴퓨터 운영체제(OS)인 윈도XP의 해적판이 대규모로 유통되고 있다.윈도XP 해적판은 해커들이 인증시스템을 무력화시킨 홈 에디션(가정용)의 복사판과 인증절차가 별도로 필요없는 기업용 버전의 단순 복제품으로 출시 한 달여 전인 지난 달 초부터 서울 테헤란밸리와 용산전자상가, 테크노마트 등에서 유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홈 에디션 해적판은 윈도XP 설치 30일 뒤 정품인증을 받아야 하는 시스템을 교란시켜 매번 컴퓨터에 부팅할 때 마다 정품인증일까지 30일이 남은 것으로 조작하는 수법(일명 덤핑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업계에 따르면 정품인증 잔여기간을 조작해주는 크랙파일을 다운받아 윈도XP 단순 복제파일에 덮어씌워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크랙파일이 적용된 윈도XP 복제파일이 통째로 나돌고 있다.
일명 볼륨 라이센스 버전이라고 불리는 기업용 버전은 MS와 해당 기업간 라이센스 계약에 따라 정품인증 절차가 생략됐기 때문에 정품 CD를 그대로 복사해도 윈도XP 구동이 가능하다.
용산전자상가의 한 상인은 “기업용 버전 복제품이 홈 에디션 해적판보다 성능이 낫다는 소문이 돌아 요즘 해적판은 대부분 기업용”이라고 귀띔했다.
이들 해적판은 컴퓨터 사용자간 직접 연결 네트워크 P2P(peer to peer)인 구루구루(guruguru)와 이돈키(e-donkey)를 이용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유통되고 있다.
윈도 전문 사이트 베타뉴스의 이 직(29) 사장은 “MS에 대한 국민 정서가 별로 좋지않아 해적판이 득세하는 것 같다”며 “컴퓨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대충 해적판 한 카피씩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윈도XP의 불법 복제에 대한 철통 보안을 공언했던 한국 MS측은 서둘러 윈도XP 해적판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서는 한편 법적 대응을 위한 사전준비작업을 벌이고 있다.
이 회사 권 찬(38) 부장은 “정품을 구입한 고객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미치는 행위이기 때문에 묵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태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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