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주문에 따른 경찰의 조직폭력배 단속이 성과없이 변죽만 울리고 있다.검찰과 경찰이 지난달 5일 조직폭력배 특별단속 방침을 발표하고 대대적인 소탕작전에 돌입했으나 뚜렷한 성과는 없고 오히려 무리한 ‘조직 엮기’가 성행하는부작용을 낳고 있는 것이다.
최근 서울강남의 A서는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는 차량을 상대로 고의사고를 내 보험금을 가로챈 일당 7명을 검거한 뒤 조직폭력배 ‘○○파’ 자해공갈단을 검거한 것으로 발표했다.
20세 동갑내기인 이들이 가로챈 보험금은 고작 1,200만원이었다. 결국 이들의 구속단계에서 경찰이 발표한 범죄단체 구성 혐의는온데 간데 없고 단순 교통사고 자해공갈 혐의만 적용됐다.
이 경찰서는또 최근 기존 조폭 조직인 수기동파와 기타 조직원이 연계된 ‘범 수기동파’ 조직원 8명 중 6명을 공업단지 유치 사업권 강탈을 목적으로 경쟁자를 협박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이들은 경찰의 관리대상 조직원이 아닌데다 본인들도 이를 부인하고 있어 법정다툼이 예상된다.
더욱이 두목급인 조모씨는 범죄입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돼 결국 피라미만 잡아넣은 꼴이 됐다.
청주화성파 조직원 민모(24)씨는 동거녀를 상습폭행하다 경찰에 검거돼 지난달 말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피해자 합의로 기각됐다. 폭력을 휘둘렀다는 이유만으로사건 자체가 부풀려지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찰청이 전국 일선서에 특별단속 지침을 내린 이후 지난 한달간 기존 관리대상 조폭조직 199개파에서 두목급 조직폭력배를 범죄혐의로 검거한 사례는 한 건도없다.
더욱이 정치권과 연계된 폭력조직에 대한 수사 역시 범죄단서조차 얻지 못할 만큼 실적이 미미하다.
전국 교도소 수용인원의 14%에 달하는8,000여명을 구속시킨 경제적 약자상대 갈취폭력배 일제단속(5월26~9월13일)때와 달리 서울의 대다수 경찰서는 ‘조폭다운 조폭’ 검거는 한건도 올리지 못했다.
지방청과 일선서에 특별수사대까지 설치했지만 전국적으로 신흥폭력조직을 범죄단체구성 혐의로 구속한 사례 역시 3건에 불과해 특별단속이 일선서 형편과는 동떨어져 있음을 방증한다.
서울 강북지역의한 형사과장은 “조직성 폭력배 같은 피라미라도 잡아 넣으려고 혈안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며 “1년내내 이런 식의 특별단속을 하다가는 다른 범죄활동 추적은 포기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 놓았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선서에서는 “대형화 기업화한 폭력조직은 내사 등 철저한 사전준비 없이 전시성 단속만으로 근절될 수 없다”며 “정치권에 휘둘린 경찰수뇌부의 무리한 단속지시”라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 관계자는 “지난 한달간 기존 폭력조직에 대한 동향 파악에 주력했고, 2단계로 와해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라며 “이달 중에 성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녹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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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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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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