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샤와르 난민캠프 르포“아빠, 엄마는어디 있는지 몰라요. 그래도 여기에는 폭탄소리도 안 들리고 먹을 것이 있어서 좋아요.”
4일 파키스탄 북서부아프가니스탄 국경 인근 페샤와르에 있는 카차가르히 난민캠프. 폭탄과 기아를 피해온 이들에게 혹독한 겨울의 새로운 시련이 다가오고 있다.
파슈툰족고아소년 레하르(8)의 얼굴에서는 공포나 슬픔을 찾아볼 수 없다. 덕지덕지 흙먼지가 눌어붙은 얼굴엔 맑은 눈과 천진난만한 웃음만이 넘쳐 나고 있었다.
참담한 현실을 일부러 망각한 것일까. 잘랄라바드 부근에서 살던 레하르는 2주전 미국의 폭격으로 집과 가족을 잃고 옆집 아저씨의 손을 붙잡고 이곳으로왔다.
온통 진흙탕인 캠프의좁은 길을 따라 황토를 얼기설기 붙여놓은 움막들이 죽 늘어서 있고 흙투성이 맨발에 누더기를 걸친 아이들이 여기저기 웅크리고 있었다. 흙먼지 얼굴에파리, 개미를 달고 다니는 게 마치 굶주림과 병마에 지친 어린 짐승들과도 같았다.
“낮이면 먹을 게없어 풀이나 잎사귀 종류는 뭐든지 다 뜯어 먹었고, 밤이면 폭격의 공포에 시달려야만 했다.” 불과 6일전 잘랄라바드 남쪽 6㎞ 나그흐락 마을을탈출, 이곳 캠프에 정착한 자비올라(30)는 악몽 같았던 지난 한달 여를 떠올리며 치를 떨었다.
자비올라가 살던 나그흐락 마을은 지난달 미국의오폭으로 마을 전체가 사라져 버렸다는 카람 마을에서 불과 2~3㎞ 떨어진 곳이다.
자비올라는 “밤마다계속되는 폭격과 굶주림에다 추위가 다가오니 더 이상 마을에 머물 수가 없었다”면서 “4명의 아이들과 아내를 데리고 만 하루를 꼬박 새 산길을 넘어왔다”고말했다.
역시 4명의 자녀와 아내를 데리고 탈출해온 리즈굴라(28)는 “아프간에는 현재 전기며 수도가 끊긴 지 오래고 지하수 외에는 먹을 것이없다”며 “눈이 쌓이고 땅이 얼어붙으면 짐승도 아프간에서 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들여오는 고기는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극에달해 1㎏을 사는데 50만 아프가니(1,000원)를 줘야 한다. 하루 임금이 5만 아프가니이고 보면 열흘을 꼬박 일해야 겨우 고기 1㎏을 구할수 있는 실정이다.
이 마을 출신의또 다른 난민인 왈리잔(60)은 “여름이 지나 겨울이 다가오는 데도 ‘팔시파름 말라리아’등 온갖 전염병이 창궐해 하루에도 몇 명씩 어린애들이 죽어가고있고, 연일 폭격으로 정신병자들이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과거 9,000명 가깝던 마을 주민들이 다 떠나고 이제는 병자와 노인 등300~400명이만이 죽을 날만 기다리며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곳 난민들은 그래도나은 편이다. 이 지역 아프간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의 압둘 하페즈(71)는 “아프간 국경지역에는 하루에도 수천 명씩 난민들이 유입되고 있는데, 그곳난민들은 시설은 고사하고 황량한 벌판에서 먹을 것, 입을 것도 없이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홍윤오기자
yo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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