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경기장 13일 개장84년 체육시설 부지로 지정된 광주 서구 풍암동 일원의 무와 배추밭이 월드컵경기장으로 태어나기까지는 유난히 힘든 산고가 있었다. 시공사(금호산업, 한양)가 부도로 인해 두 번씩이나 교체됐고, 지난 해 여름 피해는 크지 않았지만 불의의화재까지 겹쳤다.
공사의 인수인계 과정 지체와 법정관리 기업(한양)의 의사결정 과정 자체가 ‘소걸음’이어서공기지연의 우려가 컸다. 그러나 공사는 예정보다 3개월 가량 일찍 끝났다. 광주경기장은 98년 11월 착공, 사업비 1,587억원을 들여 3년여의 공사끝에 13일 개장한다.이날 열리는 개장 기념 경기는 광주에서 처음 열리는 A매치(한국_크로아티아)이기도 하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은 ‘지방색’을강하게 띠고 있다. 지붕과 스탠드를 지지하는 대형기둥을 Y자 형태로 설계하여 광주 전통 민속놀이인 고싸움의 ‘고’의머리모습을 이미지화 했다. 지붕의 완만한 물매(지붕의 비탈진 정도)는 광주 무등산의 형상. 지붕 속에 내장돼 있는조명이 그라운드를 향해 빛을 발산하며 태양광을 활용한 경기장 외부의 조명이 스탠드를 밝힌다. ‘빛 고을(光州)의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도록 조명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구릉지형을 최대한 살려 지었다는 점도 특징이다. 그라운드가 경기장 바깥 도로보다10㎙ 정도 낮아 도로에서 오르막길 없이 곧장 스탠드로연결된다. 겉으로 보면 조금 왜소해 보이지만 이 점이 오히려 경기장 내로 들어서면서 시야가 확 터지는 효과를 가져온다. 태양광 설비, 부식이 안되는 스테인리스 지붕 시공 등 장기적인 예산절감 노력도 평가 받는다.
까치나 비둘기에게는 안된 얘기지만 광주경기장 지붕에는100% 방조망이 설치됐다. 새 배설물 처리비용을 줄이기 위한 조치이다. 색채나 공간 디자인이 뛰어나다는 칭찬을 듣는다. 관리사무소 직원들의 감색유니폼과 사무실 가구도 전체적인 경기장과의 색채(회색) 조화를 감안해 구입했을 정도다.
장상근 관리소장은 “각종 악재가 겹쳤지만타 도시의 3분의 1 수준인 9명의 건립팀 직원이 휴일 없이 뛰어 공기를 줄일 수 있었다”며“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세계최고의 경기장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자랑한다. 어려움이 컸던 만큼 시민들의 관심은 대단하다. 지난 달시민에게 첫 개방됐을 때 5만여명 이상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광주월드컵경기장은주변의 상주인구가 40만 명에 달해 대회 후 대규모 시민공원으로 활용된다. 광주시는 이와 함께 프로축구단(상무의 프로화 또는 신생팀 창단 준비중) 유치를 통해 경기장 사후 활용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아쉬운 부분도 있다. 양쪽 골대 뒤 2,000여석이 A보드 광고판으로 인해 시야를방해 받는 사석(死席)으로 처리돼티켓판매를 하지 못한다. 축구전용구장이지만 최종 설계단계에서 종합운동장으로 전환이 가능하도록 설계가 변경돼 전용구장의 느낌이 없다는 점도 ‘옥에티’이다.
■전주경기장 8일 개장
광주와 마찬가지로 우여곡절을 겪은 전주월드컵경기장의 건설 책임자인 윤철 전주월드컵추진단장의 감회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기존 종합운동장의 증,개축 논란으로 착공이 반년이나 지연되는 어려움이 있었고 99년 4월 기초공사도중 시공사인 성원건설의 부도가 뒤따랐기 때문이다. 정상적인 건설이 어려울 것이라는 불안감이 확산됐지만 전주경기장은 8일 개장(한국_세네갈전)을앞두고 있다. 99년 초 착공, 총 공사비 1,450억원이 투입된 전주경기장의 수용인원은 4만2,477석.
바둑판 모양의 논 위에 조성된 전주월드컵경기장(덕진구 반월동)은 호남고속도로전주 인터체인지 부근에 위치, 전주 관문의 새로운 명물이다. 고속도로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는 전주경기장은 빼어난 야경으로도 유명하다.
전주 월드컵 경기장은 네티즌이 뽑은 가장 아름다운 경기장이라고 전주시는 자랑한다.전체 느낌을 좌우하는 지붕구조는 전주 특산품인 합죽선을 이미지화 했다. 풍요와 평화를 기원하는 장승과 솟대를 형상화한 4개 기둥은 하늘을 찌를듯한 기세로 솟아 있다. 이 기둥들은 단순히 ‘폼’이 아니라 구조 역학상 현수교에 적용되는 케이블 구조로 만들어진 전주경기장의 지주역할을한다. 완만한 곡선미를 강조한 처마선도 전주경기장의 특징. 경기장을 휘돌도록 흐름을 바꾼 조촌천도 정취를 더한다.
잔디생육을 위한 물 대기는 물론 화장실 용수까지 우수(雨水)를 모아 활용해 연간 2,000여만원의예산절감효과를 기대한다. 전주시는 전주경기장의 자랑거리인 음향시설을 과시하기 위해 11월 클래식 마니아를 위한 음악감상회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다른 고화질 전광판을 활용하기 위해 내년 초 영화감상회도 계획하고 있다.
경기장 곳곳에 50개소의 출구가 마련돼 종료 후 5분 이내 관중의 완전 퇴장이가능하다. 축구전용구장 중 유일하게 성화 점화대를 설치해 최첨단 특수효과를 통한 특색 있는 이벤트도 꾀할 수 있다. 경기장 4귀퉁이를 스탠드가없는 개방형으로 만들어 잔디보호에 필수적인 통풍구를 확보했다. 전주경기장 주변의 가용부지는 17만평. 산을 끼고 있는 울산을 제외하면 개최도시중 가장 광활한 면적으로 그만큼 활용범위가 넓다.
경기장 외곽 4,500대의 주차공간(5만2,000여평)은 비포장 자갈밭으로 되어있는데 이는 월드컵 대회 이후 6홀 퍼블릭 골프장으로 조성하기 위해서이다. 용역 결과 대회 후 경기장 관리비가 27억원으로 추산되는데 대중골프장예상수익(약 20억원)과 경기장 임대 등으로 충당할 계획이다.
전주경기장 역시 전광판 뒤쪽에 사석(400여석)이 생겼다. 월드컵 이후 대중골프장 조성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라지만 경기장 바깥 풍경은 어딘지 ‘미완성’의느낌을 준다. 윤철 추진단장은 “올해 극심한 가뭄으로 공정이 빨라지기는 했지만 주변조경공사에 차질이 생겨 마음을 졸였다”며 “나막신 장수와 우비 장수 자식을 둔 심정”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정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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