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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오페라 '가면 무도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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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 오페라 '가면 무도회'

입력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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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가을 오페라를 보고 실망한 관객들의 마음을 ‘가면무도회’가 보상했다.예술의전당 제작, 이소영 연출로 지난달 31일부터 4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 올라간 베르디의 이 걸작은 치밀한 연출과 가수들의 열연으로 모처럼 오페라 보는 재미를 돌려줬다.

연출가 이소영은 대단히 인상적인 무대(디자인 박동우)를 선보였다.

주인공 리카르도의 고귀한 덕성을 상징하는 방사형 태양, 운명의 칼날처럼 무대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밀려나오는 예각의 붉은 삼각형 단이 주는 시각적 강렬함, 콘크리트를 연상시키는 벽체의 현대적 감각 등 무대 디자인의 세련미는 국내 무대에서는 드문 것이다.

특히 1막 2장 점쟁이 울리카의 동굴 장면에서 계단 양쪽에 세워진 거대한 손가락은 운명의 손아귀에 갇힌 인물들의 비극을 효과적으로 암시한다.

그에 비해 3막 가면무도회 장면은 벽이 갈라지면서 뒤쪽 무대가 빙글빙글 돌아 객석으로 다가오도록 한 참신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어두운 조명과 붉은 색으로 통일된 의상의 무거움에 눌려 화려한 효과를 살리지 못했다.

주역을 더블 캐스팅한 이번 공연은 워렌 목-강형규-김혜진, 엄성화-양준모-김은정 두 팀이 모두 뛰어난 노래와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마치 세 발 솥처럼 세 주역이 나란히 버티며 팽팽히 대결하도록 짜여진 음악적ㆍ극적 구도가 만족스럽게 실현됐다.

엄성화(리카르도)는 이번 무대가 오페라 데뷔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자연스럽고 빼어났다. 김은정(아멜리아)의 강하면서 거칠지 않고 아름다운 음색도 보기 드문 것이었다.

그 두 사람은 앞으로 스타가 될 자격이 충분해 보인다. 배역에 딱 맞는 가수를 찾아 10번 이상 오디션을 한 연출가의 고집은 이유 있는 것이었다.

아쉬운 것은 오케스트라(코리안심포니)였다. 김홍재의 지휘는 감정의 미묘한 변화나 긴장감, 클라이맥스 등 오페라가 요구하는 극적인 요소를 충분히 살리지 못했고, 물 흐르듯 흘러야 할 흐름에 부자연스러운 딱딱함이 느껴졌다.

무대의 사실감을 떨어뜨린 합창(국립합창단)도 흠이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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