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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외교' 이대론 안된다 / (상)4강외교도 이지경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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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신외교' 이대론 안된다 / (상)4강외교도 이지경인데…

입력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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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외교가 국제적인 망신을 당하고 있다. 올해 발생한 외교부의 정책 실수만 하더라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외교부는 보신주의에 빠져 개선의 노력을 게을리 하고 있다. 외교부에 대한 수술을 외교부에 맡겨둘 수 없는 상황이다.

멀리 갈 것 없이 올해드러난 외교부의 난맥상만 보더라도 안보 및 경제 외교의 실패, 자국민 보호 영사업무 공백 등 다양하다.

외교부는 올 2월 한러 정상회담 공동보도문에‘탄도탄요격 미사일(ABM) 제한조약을 보존 강화한다’는 문구를 삽입, 한미 갈등을 자초했다.

이 때문에 외교부는 ABM 조약을 폐기하려던 부시 행정부로부터 일방적인 해명문안까지 제시 받는 치욕을 당해야만 했고,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3월 미국 방문 당시 2차례에 걸쳐 우리측 진의를 해명하는 수모를 겪었다.

러시아에 당하고, 미국에 뺨 맞은 당시사건에 대해 실무 책임이 있던 외교부 간부들은 건재하다.

경제분야의 대표적 실패사례는 남쿠릴어장 꽁치조업 문제다. 지난달 초 일본 언론이 일러 양측이 한국어선들의 남쿠릴어장 조업(연간 300억원의 어획량)을 금지키로 합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에서야 외교부는 난리법석을 떨기 시작했다.

당국자들은 “9월부터 양측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었으며 잘 대처 중”이라고 발뺌했지만 이미 게임이 끝난 후였다.

급기야 중국의 한국인마약사범 신모(41)씨 처형 사건을 통해 외교의 ABC인 자국민 보호업무에도 구멍이 뚫렸음이 확인됐다.

해외에 나가 있는 외교관들이 재판일정과 판결문통보 문서를 누락, 본국에 보고하지 않았던 이번 사건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외교부는 중국 정부로부터 통보를받지 못했다고 강변하다 중국측이 문건을 들이밀며 정면으로 반박하자 뒤늦게 통보사실을 시인했다.

국민의 정부 출범 후1998년 한러간 외교관 맞추방 사건, 1999년 말 러시아의 탈북자 7인 북송 사건, 올 초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파문 등에서 확인된 ‘외교력실종’은업무 대처의 기본이 무너져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이러한 외교 실패가 미ㆍ 일ㆍ 중ㆍ 러 등 우리 외교의 사활이 걸린 한반도주변 4강과의 관계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냉전해체에 따른 국제정치 질서의 급변, 미 행정부 교체에 따른 전략 변화, 날로 치열해지는 국익우선주의등의 새로운 외교환경에 전혀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4강 외교가 이 지경인데 다른 분야의 외교는 짐작하고도 남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하지만 외교부는 문제의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인사 2~3개월 전부터 청탁에 매달리는 행태, 미국ㆍ일본 등 ‘양지’만을 선호하고, ‘찬밥’인 영사업무 등을 등한시 하는 이기주의, 지연ㆍ학연을 근거로 한 줄서기 등의 고질은 고쳐지지 않고 있다.

더욱이 최근에는 한승수(韓昇洙) 장관의 유엔총회 의장직 수행으로 장관의 장기 부재가 잦아짐에 따라 기강해이는 더욱 심해지고있다.

무엇부터 손을 댈지,어디까지 환부를 도려내야 할지, 하루속히 결정하고 집도에 나서야 할 때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외교전쟁은 외교부에 대한 근본적인 수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영섭기자

youn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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