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속에도 몽마르트르 언덕이 있다.반포대교 남쪽의 사평로를 지나 팔레스호텔 근처에 있는 서래로에 진입하면 고급빌라가 밀집한 야트막한 언덕이 펼쳐진다.
이 길에 한발만 들여놓으면 프랑스어 교통표지판, 커다란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금발의 여성 등 이색적 풍물과 마주친다.
바로 '서울 속의 작은 프랑스'로 불리는 서울 서초구 반포4동 서래마을이다. 국내에 거주하는 946명의 프랑스인 중 절반에 가까운 441명이 이일대에 모여 살고 있다.
■'리틀 프랑스'
서래로의 언덕길엔 프랑스 국기를 의미하는 빨강 하양 파랑의 3색 보도블럭이 깔려있고 세련된 프랑스풍 가로등이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횡단보도 앞의 교통표지판엔 '아땅시옹(주의)', 버스정류장 안내판에는 '마르쉐 디수(이수시장) 등 프랑스어 표기가 병기돼 있어 이곳의 프랑스인들에게 편안함을 주고 있다.
인도와 차도 사이에 부분적으로 설치돼 있는 어린이보호용 난간은 높고 세로로 결이 달린 형태인데 파리의 도심에서 흔히 볼 수있는 모양이다.
얼마전 프랑스학생이 경미한 교통사고를 당한 후 프랑스식 난간을 세워달라는 요구에 따라 서초구가 만든 것이라고 한다.
거리에는 프랑스인들의 보금자리답게 각종 카페와 와인숍 빵가게들이 즐비하다.
다양한 품종의 와인과 치즈가 준비돼 있는 와인숍 '바인'은 프랑스인들이 내집처럼 드나드는 곳 중 하나.
식사 때마다 '코트 뒤 루베롱' 와인을 함께 즐긴다는 미셸 아르노(36ㆍ여)씨는 "보졸레산 포도주를 예약 주문하러 이 가게에 들렀다"며 "이 지역에 살지 않는 프랑스 사람들도 자주 찾을 만큼 인기가 있는 가게"라고 귀뜸한다.
프랑스인들이 주 고객인 헤어숍 '르 씨엘', 케이크 구입시 샴페인을 무료로 나눠주는 제과점 '쉐 피가로', 프랑스에서 재료를 직접 들여와 바게트를 구워낸다는 '파리 크라샹' 등도 그들에겐 친숙한 곳이다.
거리 반대편 주택가엔 골목마다 길이름이 지어져 있다.
'몽마르뜨2길'과 '몽마르뜨4길'사이에 있는 '청룡 어린이공원'은 프랑스인들의 가족공원 역할을 하고 있다.
3일 오후2시 이곳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어린이 10명 중 7명이 프랑스아이들이다. 금발머리에 귀여운 얼굴을 한 마린(3)양과 그의 오빠 폴(5)군은 장난감 펜싱검을 갖고 노느라 정신이 없다.
보모 정모(47ㆍ여ㆍ중구신당동)씨는 "프랑스인들은 다소 보수적이라 한국인들과 교류가 많지 않은 게 특징"이라며 "하지만 사귀고 보면 사람들이 무척 따뜻하다”고 말했다.
■뒷편 언덕이 몽마르트 연상
서래마을에 프랑스타운이 조성되기 시작한 것은 1985년 에콜 드 프랑세(주한 프랑스대사관학교)가 들어서면서 부터이다.
90년대 들어 대사관 직원은 물론 까르푸 테제베 크레디리요네은행 노보텔 등 프랑스 한국지사 주재원들이 자녀들의 교육여건을 고려해 이 마을에 정착하면서 더욱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특히 한국에 있는 프랑스인들이 고연봉의 지사장급들이 많아 고급 주택가인 이곳에 살고 있는 것이다.
편의점 앞을 지나던 크리스티앙(17)양은 “뒷편언덕(국립중앙도서관 뒤 서래풀공원)이 병풍처럼 둘러싸는 지형이 고국의 몽마르트르 언덕을 연상 시키는 것도 프랑스인들이 몰려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서초구도 99년 구청5층에 한불정보센터를 개관해 프랑스 주민들의 한국생활을 돕는한편 서래로의 250m구간을 명실상부한 프랑스거리로 자리매김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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