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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기원의 자업자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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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한국기원의 자업자득

입력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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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호 9단의 중국 바둑리그 진출을 둘러싸고 바둑계가 들끓고 있다. 이미 본인이 중국 진출 의사를 밝히고, 계약금과 계약일정까지 정해진 상태인데 한국기원이 완곡한 반대의사를 표명하며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이다.한국기원의 논리는 '세계 최강의 기사가 우리보다 실력이 떨어지는 중국에 진출하는 것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 '국내 바둑 인기를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논리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바둑계의 총본산 한국기원의 무능이 존재한다.

이미 올해 초 유창혁 9단을 비롯해 9명의 프로기사가 중국 바둑리그에 진출하는 문제로 '용병 논란'’이 벌어진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때 한국기원이 취한 조치는 없었다. 그러다 이창호, 조훈현 등 최정상급 기사들의 중국 진출 움직임이 계속되자 때늦게 뒷문 단속에 나선 것이다.

문제는 이들을 회유해 붙잡는 것으로 논란이 해소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이 바깥으로 나가는 이유가 어떤 것인지 한국기원은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바둑의 체육 전환을 꾀하면서도 세계 최강이라는 위상에 걸맞은 제반 규정을 마련하려는 노력은 부족하지 않았는지, 실력이 떨어진다는 중국이 3년 이상 프로리그를 운영하는 것을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무시하고만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 볼 필요가 있다.

게다가 한국기원이 개인간 계약으로 이뤄지던 해외 진출을 막는 이면에는 '한국기원으로의 계약창구 단일화를 통한 이적료 챙기기'라는 비판의 눈초리가 존재한다는 점에 대해서도 투명한 논의가 필요하다.

보낼 사람은 보내고, 고칠 곳은 제대로 고치는 것이 순리다. 더 이상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는'방식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정상원 문화과학부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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