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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풍년시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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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풍년시름

입력
2001.11.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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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북지방 여행의 첫 느낌은 광활함에 대한 놀라움이다.만주라는 옛이름으로 친숙한 두만강 북쪽 평야지대는 벌판이란 표현으로는 아무래도 미진하다.

산이라고 할 수 없는 유순한 구릉 사이로 가늘게 흐르는 강변은 드넓은 논이요, 좀 경사가 진 곳은 끝 없는 옥수수 밭 바다다.

야트막한 산 자락은 콩 팥 조 같은 잡곡류 차지다. 만주국 시대의 도읍지 창춘(長春)에서 조선족 도시 옌볜(延邊)으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모습이다.

■기후가 온화하고 강수량이 풍부한 열대와 아열대 지방에서 주로 재배되는 벼는 평안도 지방이 북방 한계선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 조상들에 의해 깨져 버렸다. 가뭄과 관의 수탈을 견디지 못한 북한지방 사람들이 1800년대 두만강을 건너가 농지를 개간한 것이 시작이었다.

그 후 일제의 수탈정책으로 더 많은 유민이 발생하면서 벼 농사 북방 한계선은 계속 북상해 북위 53도 지역인 헤이룽장(黑龍江) 유역까지 편입되었다.

■중국 동북3성(吉林ㆍ 遼寧ㆍ 黑龍江)의 논 면적은 우리나라의 2.5배가 넘는 264만㏊에 이른다. 안남미(인디카)를 주로 재배하는 중부이남 지역 생산량을 합쳐, 중국에서는 한해에 우리나라 총생산량의 25배나 되는 쌀이 생산된다.

집단농장식 공동재배와 공동분배 제도를 없애고 개인농을 인정한 뒤 생산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 누적 재고량이 1억톤에 가까울 정도다.

문제는 우리 입맛에 맞는 동북지방의 자포니카 쌀이 남아 돈다는 것이다.

■ 중국산 자포니카 쌀값은 우리 쌀보다 5ㆍ6배 정도 싸다. 우루과이 라운드에 따라 우리는 96년부터 중국 동북지방 쌀을 7만여톤씩 수입하고 있다.

의무적으로 사들이는 쌀 수입 쿼터는 해마다 늘어 작년에는 9만4천톤이나 됐는데, 이 달 안에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 곧 국내수요의 4%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올해 우리는 10년만의 대풍이지만 격양가가 울려 퍼질 들판에는 한숨소리만 높다. 중국 쌀마저 한국시장을 넘보고 있어 농민은 사면초가의 형국이다.

선대의 개척이 후세를 압박하는 것은 무슨 아이러니인가.

문창재 수석논설위원

cjmo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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