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는 탄저병 병원균 바실러스 안스라시스의 유전자 기능을 밝혀낸다면 이를 토대로 백신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또 인삼 효능의 비밀을 담은 유전자를 확인한다면 꼭 인삼이 아니더라도 같은 효능을 내는 유전자조합 제품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무궁무진한 응용과 산업화가 가능한 각종 식물, 미생물 등의 유전체 연구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화하고 있다.
과학기술부 지원 프론티어 사업으로 선정된 ‘작물 유전체 기능연구 사업단’이 지난달 31일 서울 농대에서 현판식을 갖고 10년간 1,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하는 사업에 나섰다.
벼 신호전달에 관여하는 인산화단백질 연구(경북대 김인수 교수), 스트레스 내성유전자 발현기술 개발(생명연구원 곽상수 박사), 콩 기능유전체 연구(바이오벤처 유진텍) 등 80여 개 과제에 37개 기관 및 벤처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열린 벼알마름병균, 벼이삭마름병균 등의 미생물 유전체 연구과제 입찰에는 그린진바이오텍, 마크로젠, 제노텍, 바이오인포메틱스, 유진텍 등 대표적인 바이오업체들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과기부는 특히 내년도 프론티어 사업 후보로 미생물유전체사업을 포함시켜 놓고 있어 미생물 연구과제만 특화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작년부터 과기부 지원을 받고 있는 ‘자생식물이용기술 개발 사업단’에서도 인삼, 개똥쑥, 고추, 고추역병균, 고추탄저병균 유전체에 대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미 1만 여 개 인삼 염기서열을 분석했으며, 곧 유전자 기능연구를 시작할 예정이다.
특히 국내 자생식물인 개똥쑥의 유전자 4,000여 개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개똥쑥은 말라리아 치료물질을 함유한 식물로 어떤 유전자가 치료제로 작용하는 지 밝혀내면 인공적인 유전자 조합을 통해 말라리아 치료제를 개발할 수있다.
자생식물사업단 최도일 박사는 “해당 유전자를 제거하거나 과다발현시켜 정상 개체와 기능을 비교 분석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유전자의 기능을 밝히는 데는 약 3년 가량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산업용 미생물 유전체 연구는 기업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대상 중앙연구소와 함께 쇠고기맛, 버섯맛을 내는 산업용 미생물 ‘코리네박테리움 암모니아게네스’의 염기서열을 완성한 바이오벤처 그린진바이오텍은 이 미생물의 3,500개 유전자를 한 번에 관찰할 수 있는 유전자칩을 개발 중이다.
남백희 사장은 “산업용 미생물의 유전자 기능을 밝혀 효소의 생산성을 높이면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국내 바이오벤처는 대부분 단순한 염기서열 분석 외에 유전자 기능연구를 수행하기에는 자금과 기술력이 부족해 정부 출연 연구소나 대기업과의 공동연구에 매달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 때문에 독자적인 특허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는 것이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진희기자river@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