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기를 탄 아기들을 주변에서 쉽게 보게 됩니다. 심지어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아기가 한쪽으로 몸이 기울어진 채 보행기를 타고 다니기도 합니다.보행기는 아기의 척추가 비교적 곧아지며 혼자 앉을 수 있는 생후 5~6개월 경에 태우는 게 적당합니다.
물론 아기 성장의 개인차가 많기 때문에 더 일찍 태울 수도 있고 더 늦게 태울 수도 있습니다. 보행기를 태우더라도 하루 한두 시간 이상 태우지 마십시오.
보행기를 태우는 것이 아기 성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소아과 의사의 입장에서는 많은 엄마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보행기를 반드시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보행기는 아기의 행동반경을 넓혀 엄마의 손을 빌리지 않고 아기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장점도 있지요.
보행기를 사용할 때 아기에게 다리 근육을 강화시키고 걷기 운동을 빨리 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보다는 오히려 걷기 운동을 배우는 과정에 지장을 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지요.
정상적으로 걷기를 하려면 넓적다리 근육과 골반 근육을 사용하게 되는데, 보행기를 태우면 종아리 근육만 강하게 만들어 주게 됩니다.
또 보행기를 타면 아기가 가고자 하는 곳으로 어디든지 쉽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아기가 굳이 걷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을 하게 돼 걸으려는 의욕을 꺾지요.
이 두 가지 문제는 아기가 걷기 운동을 익히는 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아기가 늦게 걷게 되는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문제점은 바로 사고 위험입니다. 방바닥에 작은 장난감이 널려 있다든지 아니면 마루에 카펫이 깔려 있으면 보행기가 넘어져서 사고를 당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또 보행기를 타고 있으면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기 쉽고, 예상하지 못한 위험한 곳으로 쉽게 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미국소아과학회는 보행기를 사용하지 말라고 권고할 정도입니다. 따라서 아기를 위해서라기보다 부모가 편하자고 아기들에게 보행기를 태운다면 한번쯤 심각하게 생각해 본 다음에 결정하는 게 좋습니다.
/김동수 연세대 의대 소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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