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스 베자르 무용단 '삶을 위한 발레'를 보고20세기 최고의 안무가로 꼽히는 모리스 베자르(74)의 무용단 ‘베자르 발레 로잔’이 작품 ‘삶을 위한 발레’로 첫 내한공연을 가진 3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을 찾은 모든 관객은 기립박수로 환호했다.
영국 발레리나 마고트 폰테인이 세종문화회관에서 환갑을 축하받았던 1980년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베자르의 천재성을 우리관객들이 단번에 알아봤다는 사실이 흐뭇한 밤이었다.
1960년대부터 명성을 날린 프랑스 태생의 안무가 모리스 베자르의 특기는 관객의 심금을 울리는 것이다.
이번에는 사망한 무용가의 생전 모습을 영상에 담아 목표에 접근했다. 영상의 주인공 조르주 동은 안무자와 절친했던 매력적인 무용가였다.
영상 속에서 그는 피흘리는 ‘광인’이었다. ‘니진스키-신의 어릿광대’라는 작품에서 사랑과 예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정신착란에 빠진 러시아 무용가 니진스키 역할을 한 장면이었다.
이 필름이 상영된 마지막 4분은 조르주 동을 추모하는 시간이었다. 한 시간이 넘도록 치열하게 반복되었던 삶과 죽음에 대한 메시지는 결국 조르주 동을 향한 깊고 깊은 그리움의 증표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중적인 음악에 철학적인 내용을 이성적으로 풀어간 연출은 관객의 영혼을 두드리는 완벽한 조건이었다.
모리스 베자르는 삶과 죽음을 둘 다 친근하게 인정했다. 환자들과 화려한 춤꾼들이 서로 어울리거나 위치를 바꾸면서, 날개 달린 천사가 사람들을 인도하면서 그 의미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하지만 격정의 순간에는 “왜 사랑은 전쟁을 낳는가” 혹은 “정원은 그 아름다운 빛을 잃지 않았다” 같은 대사를 통해 죽음을 원망하고 삶의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조르주 동의 빈 자리를 채워준 질 로망이나 도미니코 레브르의 기량은 베자르 발레의 남성들이 얼마나 섬세하고 강하고 감동적이고 기교적인지, 유연하고 아름다운지를 드러냈다.
검정 팬티만을 입은 남성 군무의 관능미는 수컷이 암컷보다 아름다운 자연의 이치를 확인시키듯 근육과 힘과 열정을 강조했다.
안무자의 나이 일흔에 터득한 삶과 죽음의 진리, 죽은 자를 추모하는 화려한 현대 발레의 반주 음악은 주로 영국 록그룹 퀸의 공연실황이었다.
지아니 베르사체가 디자인한 극히 세련된 의상과 소품의 효과는 물론 강렬한 조명과 흑과 백의 무대미술이 작품에 기여한 통일감은 안무자의 탁월한 재능을 입증하듯 단단했다.
‘삶을 위한 발레’는 5일 저녁7시 30분 마지막 공연을 남겨두고 있다. 문의 (02)3991-700, 예매 티켓링크 www.ticketlink.co.kr
/무용평론가 문애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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