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여권의 혼미를 어떤 시각에서 관찰하고 있을까.대다수 당직자들은 여권의 내부 상황이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에 내분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정국공백의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증대하면서 정국의 틀 자체가 흔들릴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여권 내분의 불길이 엉뚱한 곳으로 번지면서 정치권 헤쳐모여가 시도될 개연성도 조심스럽게 점치고있다.
이재오(李在五) 총무는 4일 기자간담회에서 “여당의 내분이 오래가는 것은 국민전체에 정국불안 심리를 안겨주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고 전제, “여당의 다수세력이 ‘다음 번 정권을 못 잡을 바에야 단일야당이라도 제대로 하자’고 마음먹게 된다면 정계개편의 회오리가 불어 닥칠 수도 있다”고 짚었다.
이 총무는 “이 와중에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정치권을 3~4개의 다당체제로 만들고 싶어하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며 “그러나 여권 내부에 이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갈 중심세력이 없기 때문에 개혁신당이든 보수신당이든 영남신당이든 그 어떤 것도 현실적으로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한 핵심당직자는 “장ㆍ단기적으로 우리가 밑질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여야가 팽팽한 상황에선 틈새시장이 활력을 받지만 균형이 무너지면 YS를 비롯한 제3의 세력은 자연히 정리된다”고 말했다.
이 당직자는“여권의 동요가 클수록 자민련이 흔들릴 가능성도 그 만큼 커진다”며 “대세가 기울었다는 판단이 한나라당으로의 급격한 세 쏠림 현상을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런 가운데서도 한 당직자는 “여권의 혼미를 반드시 느긋하게 즐길 입장은 아니다”며 “국민들이 지금의 과정을 생산적 진통으로 평가하고 그에 부응하는 쇄신의 결과물이 나오게 된다면 상황은 간단찮게 돌아갈 것”이라고 경계했다.
홍희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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