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사가 한국성인병예방협회(회장 허갑범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과ㆍ대통령 주치의)와 공동으로 진행하는'성인병을 이기자' 두번째 좌담은 우리나라에서 단일 질환 가운데 사망률이 가장 높은 뇌졸중이다.좌담에 참석한 전문의들은 1999년 뇌졸중 사망자가인구 10만 명 당 73명으로 사망원인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참석자들은 "뇌졸중 증세가 나타나면 집에서 다른 조치를 취하거나 약국, 한의원 등을 돌아다니며 시간을 낭비하면 안 되고 무조건 빨리 큰 병원의 응급실로 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참석자
전세일 포천중문의대 대체의학대학원장
이규창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
노재규 서울대병원 신경과 교수
김종성 울산대 의대 서울중앙병원 신경과 교수
-선진국은 뇌졸중 사망률이 줄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뇌졸중 사망률은 선진국에 비해서 아직은 높은 편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은 10만 명당 30~40명, 러시아와 동유럽 등 후진국은 200명 정도이고, 우리나라는 중간쯤 되지요.
이처럼 뇌졸중 발병률이 높은 것은 고혈압 등 위험인자가 조절되지 않는 탓이 큽니다. 의료진조차도 뇌졸중의 예방 등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 상당수 있지요.
-뇌졸중은 크게 허혈성, 출혈성으로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1980년대 초반까지는 뇌혈관이터지는 출혈성 뇌졸중(지주막하, 뇌 실질내출혈)이 많았지만 80년대 중반을 넘어서면서 혈관이 막히는 허혈성 뇌졸중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뇌혈관이 좁아지는 뇌혈전증, 혈관이 떨어져 나가는 뇌색전 등이 있습니다.
-현재는 허혈성 뇌졸중이 전체 뇌졸중의 60%를 넘어서고 증가세도 상당히 빠르지요. 미국에서는 허혈성뇌졸중이 전체 뇌졸중의 85%에 달할 정도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동맥경화에 따른 허혈성 뇌졸중의 발병률이 높습니다. 허혈성 뇌졸중은 통증이없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뇌출혈이 되면 통증과 함께 혼수상태와 마비증상이 오기도 하지요. 대개는 쉽게 증상을 파악할 수 있지만 출혈량이 적은 사람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10, 20대에는 뇌혈관 기형이 많고, 40~50대는 뇌동맥류, 50~60대는 고혈압성 뇌출혈, 60대 이후는 허혈성 뇌졸중이 많습니다.
심장병으로 인한 허혈성 뇌졸중은 젊은 사람에게도 발병합니다.
-뇌졸중이 증가하는 가장 큰 요인은 고혈압과 담배이고, 둘째는 노령인구의 증가, 셋째는 환자들이 제대로 치료받을 생각은 하지 않고 민간의학에만 의존한다는 점입니다.
뇌졸중이 발병했을 때 병원을 찾는 비율은 반도 안 될 겁니다.
-그렇습니다. 요즘은 전통의학과 민간요법을 통틀어 대체의학이라고 하는데, 대체의학으로 중풍을 치료할수는 없습니다.
여러 방법을 동원해 예방에 도움을 주거나 정신 건강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게 고작입니다.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지요.
-가장 큰 문제는 환자 치료가 늦어진다는 것입니다. 마비가 진행된 후에야 오는 경우가 많고 신속한환자 수송 수단이 없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뇌졸중이 의심되면 무조건 119에 연락해야 합니다. 그리고 손을 따거나, 우황청심환을 먹인다든가 하는 민간처방은 금물입니다. 뇌졸중은 짧은 시간 내에 생과 사가 달라질 수 있는 병입니다.
-뇌졸중은 발병 후에야 증상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게 다른 병과 다른 점입니다.
이미 혈관이 망가진후에야 증세가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뇌졸중 증상 중 제일 흔한 것은 한쪽 팔ㆍ다리의 마비입니다.
또한 발음이 어둔해지거나 언어 소통이 되지 않기도하는 언어장애와 발음장애도 나타나지요. 시야의 한쪽이 침침해지는 시야장애, 갑자기 어지럽고 몸의 균형잡기가 어려워집니다.
갑작스럽게 뒤통수를 망치나 도끼로 맞는 것 같이 머리가 아픈 증상이 나타나면 뇌졸중을 의심해 봐야 합니다.
-환자 3명 가운데 한 명 정도는 이 같은 일종의 전조 증상이 있습니다만, 본격적인 뇌졸중은 부지불식간에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뇌출혈이 많을 때는 CT(컴퓨터 단층 촬영)만으로도 쉽게 증상을 파악할 수 있지만, 출혈량이 적을 때는 CT촬영으로도 전문의가 아니면 증세를 확인하기가 힘든다는 게 문제이지요.
그래서 증상이 심하지 않은 통증 환자일수록 신경과와 신경외과가 모두 있는 종합병원을 찾아야 합니다.
-뇌졸중 치료는 의료 선진국인 미국에서도 고민거리입니다.
심장마비(heart attack)는 응급환자로 다루는데 반해 뇌졸중은 그렇지 못하거든요. 그래서 미국에서도 뇌졸중을 '브레인 어택(Brain Attack)'이라고 부르며 심장마비 정도의 위급성을 부여하자는 움직임이 있습니다.
-뇌졸중을 피할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이 없다는 것도 뇌졸중이 줄어들지 않는 한 원인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성인병에 적용되는 규칙적인 체력단련, 고른 음식 섭취 등 기본에 충실하면 어느 정도는 발병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과음, 심장병 등 위험인자를 철저히 관리하는 것도 예방법이 되지요.
가족 중에 위험인자 있는 사람은 정기적인 검진을 받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일단 한번 뇌졸중에 걸렸던 병력이 있는 사람은 철저한 자기관리가 필요합니다.
-모든 질병에 대한 예방 원칙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제대로 먹고, 제대로 움직이고, 제대로 숨쉬고, 제대로 수면을 취하고, 마음을 잘 다스리라는 5가지로 축약될 것입니다.
-뇌졸중의 경우에는 예방이 더욱 중요합니다. 회복이 되더라도 발병 전의 상태를 회복할 수가 없기 때문이지요.
고령자, 고혈압 환자, 흡연자, 가족 중 고혈압이나 뇌졸중을 앓은 환자가 있는 경우 등 고위험군에 속한 사람들은 특히 주의해야 합니다.
이런 사람들은 가급적 5년마다 정기적으로 MRA( MR angiogram :자기공명혈관조영)나 MRI(자기공명영상촬영)검사를 받아 출혈이 발생하기 전에 동맥류등을 찾아 미리 치료해야 합니다.
이런 치료법은 일본에서는 이미 보편화했지요. 아무리 잘 지은 건물이라도 오래 되면 보수공사를 해 줘야 하듯, 사람의 몸도 부분적으로 교체를 해 줘야 오래 쓸 수 있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나라는 고혈압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 사람이 많은 게 문제입니다. 혈압을 대수롭지않게 생각하거든요. 고혈압은 치료 못지않게 예방도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많이 복용하는 염분이 고혈압의 원흉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하루 염분 섭취량이15~20g에 이르는데, 이것이 혈압을 올리는 주요 원인이지요.
미국의 경우 하루에 소금 6g 먹기 운동이 벌어지고 있지요. 범국민적 차원에서 싱겁게 먹기 운동을 벌여 고혈압 발병을 막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흡연도 뇌졸중의 주요 발병 요인이지요. 30~40대에 흡연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뇌졸중 발병률이 3배나 높고, 고혈압 환자의 경우는 5배나 높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거기에 과음도 한몫하지요.
-정부 차원의 계몽이 이뤄져야 합니다. 머리가 조금 띵하다 싶으면 손부터 따는 습관을 버려야 합니다.
미국의 뇌졸중 사망률이 낮은 이유는 대체의학이 없기 때문일 겁니다. 그 사람들은 왕도가 없다는 것을 믿고 의사의 말을 그대로 따릅니다.
-가족이 뇌졸중에 걸릴 것 같으면 무조건 빨리 큰 병원 응급실로 옮겨야 합니다. 환자가 의식이 없는 중한 상태라면 편안히 눕히고 넥타이, 벨트 등을 풀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환자가 구토를 했다면 구토물이 목구멍에 들어가 숨이 막히지 않도록 얼굴을 옆으로 돌린 후 입안을 닦아 줘여 합니다.
-뇌졸중 증세가 아주 심한 경우에는 적절한 응급 치료가 그 환자의 삶과 죽음을 좌우할 수 있지요. 기도 유지, 뇌압 조절, 혈압 조절 그리고 여러 보조적 치료를 빨리 하느냐 못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뇌졸중은 빠른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지요.
-뇌경색이 심한 환자에게는 혈전용해 치료를 시행하는데 이 치료는 환자가 아주 빨리 병원에 도착한 경우에만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6시간 이상 뒤에 막힌 혈관을 뚫는 것은 효과가 없을 뿐만 아니라 뇌출혈의 부작용을 증가시킵니다.
-뇌경색 환자의 경우 뇌경색이 한 번 생긴 후 곧 재발할 수 있습니다.
간혹 뇌경색 증상이 가볍거나 저절로 좋아져 병원에 가지 않고 있다가 다시 심하게 나빠진 후에야 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증상이 가벼울 때 그 원인을 빨리 조사해 심한 증상이 오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은 급성 치료를 한 뒤 평생 치료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재활은치료라는 개념이 아니고 '관리'입니다.
뇌졸중 환자의 80%는 재활치료를 받을 경우 호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뇌졸중 환자와 그 가족이 흔히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는 뇌졸중 환자는 무리하지 말고집에서 꼼짝 않고 쉬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재발한다는 믿음입니다.
하지만 퇴원한 후에는 직업을 다시 갖는 것도 좋습니다. 할 수 있다면 성생활, 운동, 여행 등을 해도 되지요. 다만 무리하거나 과로해서는 안 되겠지요.
■뇌졸중이란
뇌졸중(腦卒中)은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동맥에 장애가 생겨 뇌기능이 갑작스럽게 손실되는 것으로 흔히 ‘중풍’이라고 부른다.
뇌에 일시적 혹은 지속적으로 혈액공급이 부족하거나 출혈로 인해 발생하며 언어장애, 운동장애 등 뇌손상 부위에 의해 조절되는 신체 기능에 이상이 생긴다.
뇌졸중은 크게 뇌 혈관이 막혀서 나타나는 허혈성 뇌졸중(뇌경색)과 뇌혈관이 터져 발생하는 출혈성 뇌졸중으로 분류할 수 있다.
/사회=송영주차장 yjsong@hk.co.kr
정리=권대익기자 dkwon@hk.co.kr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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