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연말 경영 한파가 매섭다. 샐러리맨들에겐 직장 생활의 전부나 다름없는 승진 잔치와 돈(보너스) 잔치를 한껏 벌였던 예년과는 달리, 불황의 늪에 허덕이는 올해는 모든 것이 인색하고 빠듯할 전망이다.기업들은 인사와 급여 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가장 추운 겨울을 예상하고 있다.
■임원진 조기인사
상당수 대기업들이 임원인사를 3월에서 12월로 앞당길 움직임이다.
‘주총도 거치지 않고 임원인사를 단행하는 것은 오너의 횡포’란 시민단체의 지적에 따라 IMF체제이후 대기업들은 계열사 임원인사를 주총 이후인2~3월께 단행해왔지만, 이로 인해 연초 경영계획수립이 늦어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 인사시기를 다시 12월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삼성의 경우 임원인사 시기를 놓고 12월 조기단행과 3월 주총후 시행 사이에서 저울질을 하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등기임원선임은 주총 승인사항인 만큼 변동이 없다”며 “그러나 일반 집행임원의 경우 업무공백 최소화를 위해 시민단체 등에서 반대하지 않는다면 연말에 내정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ㆍ기아자동차와 SK도 연말께 임원인사를 마무리 짓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LG는 예정대로 2월 주총후계열사 임원진을 재편한다는 방침이다.
■빡빡한 임원자리
삼성은 올 3월 인사에서 사장단 14명을 포함, 모두 346명을 승진시키는 사상 최대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LG도 평소보다 많은 130명을 승진시켰다.
하지만 올해는 기업들이 임원규모 자체를 줄인다는 방침. 때문에 승진자리는 줄어들고, 실적부진에 따라 옷을 벗는임원 수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임원규모를 최소 10% 가량 축소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연감소분과 명예퇴직등을 통해 일반직원 규모를10% 가량 감축한 만큼, 임원수 역시 적어도 이 정도는 줄일 수 밖에 없다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주총후 900명이 다소 넘던 삼성의 임원수는올 인사에서 800명선 혹은 그 이하로 축소될 것이며, 승진자를 포함하면 퇴임임원 규모는 훨씬 많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차도 올해 대미수출 호조로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음에도 불구, 임원승진규모는 예년 수준을 유지한다는 사실상의 ‘축소인사’ 방침을 정했다.
이미 대한항공은 25명의 임원을 중도하차시켰고, 현대아산도 13명이 퇴임했다.
■얄팍한 보너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냈던 삼성전자는 상ㆍ하반기 100%씩 성과급외에, 이익공유(Profit-sharing)방식으로 올 2월 추가보너스를 지급했다.
성과에 따라 차등지급됐지만, 가장 많이 받은 사람은 무려 연봉의 50%에 달하는 현찰을 손에 쥐었다.그러나 올해는 이익공유금 지급액이 절반에도 못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350%의 성과급을 지급했던 포철도 사정은 마찬가지. 포철 관계자는 “지난해엔 1조원 이상의 이익을 냈지만 올해는 세계적인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순이익이8,110억원에 불과해 직원들의 성과급도 그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영사정이 악화한 현대계열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은 사정이 더 어렵다.
이익규모가 늘어난 현대차의경우 성과급 지급방침은 정했지만, 얼마를 지급할지 고심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금년에 이익은 냈지만 내년 경영환경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우선중요한 것은 현금유동성 및 투자재원확보”라고 말했다.
이성철기자
sclee@hk.co.kr
김호섭기자
drea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