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광옥 '주도'민주당 최고위원들의 2일 일괄사퇴는 누가 주도했을까. 여기에 청와대의 의지는 개입돼 있을까.
먼저 사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의과정을 살펴 보면 한광옥(韓光玉) 대표가 이를주도면밀하게 추진한 흔적이 뚜렷하다. 한 대표는 전날 당무회의를 지켜 본 뒤 오후에 일부 당직자와 측근들에게 당의 질서가 무너져 있는 상황을 개탄하면서‘새로운 질서’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한 당직자는 “한 대표가 2일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를 소집토록 지시하면서 자신이 이 자리에서 최고위원 일괄사퇴를 주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이종걸(李鍾杰) 비서실장에게 당헌 등 최고위원 사퇴와 관련한 법률 문제를 검토, 보고토록 지시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한 대표는 그러나 최고위원들이 ‘타의’에 의해 사퇴하는 모양새가 되도록 하지 않으려는 듯 비서진에간담회 소집 자체를 공개하지 말도록 당부했다. 또 저녁에는 최고위원 일괄 사퇴 여부에 대한 언론의 취재에 답을 구하는 측근 윤호중(尹昊重) 부대변인에게조차“그런 일 없다”고 연막을 피웠다.
2일 간담회 석상에선 일부 최고위원들이 진의를 의심하자 오히려 사퇴를 만류하는 것으로 화살을 피해가는 ‘고단수’를보여줬다.
한 대표와 청와대측의 교감 여부도 관심사. 1일 저녁 긴급 최고위원 간담회 소식을 접한 청와대 정무라인이크게 당황해 했던 것을 보면 일단 청와대측과의 ‘공모’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러나 평소 한 대표의 신중한 행보에 비춰 “적어도 핵심부의 오케이사인은 받지 않았겠느냐”는 해석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이인제 '분노'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최고위원이 2일 최고위원 일괄사퇴 결정이 이뤄진 뒤 당내 상황 전개에 크게 분노를 표시했다. 이 최고위원은 청와대에서 열릴 예정인 최고위원 간담회에도 “불참하겠다”고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기자와 만나 향후 행보에 대해 “앞으로 국민과 함께 갈 것”이라고 말해 당내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미 최고위원직을 사퇴해 평당원이 됐는데 청와대 최고위원 간담회에 갈 이유가 없다”며 “나는 한번 맘 먹으면 그대로 가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는 장난이 아니다”며 “정치는 상식대로 해야 한다”고 서너 차례 강조했다. 그는 캠프 사무실에서 이용삼(李容三) 원유철(元裕哲) 의원 등 가까운 의원 10여명과 잇따라 만나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이 최고위원은 우선 대통령 주변의 일부 참모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측근은 “이 최고위원은 청와대 일부 참모가 순리에 어긋난 그림을 그리려는 데 대해 경고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최고위원은 또 김 대통령에게 상당한 혜택을 보고 당정쇄신을 촉구하는 일부 인사들에 대한 불만도 갖고 있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 이 최고위원 진영은 이번 기회에 배수진을 치고 ‘지방선거전 대선 후보 선출 전당대회 개최’를 얻어내려는 복안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광덕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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