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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쇄신에도 절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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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쇄신에도 절차 있다

입력
2001.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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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아직 채 가지 않았지만 민주당과 청와대는 이미 겨울에 접어든 분위기다.10ㆍ25 재ㆍ보선에서 서울의 두 석을 잃었다는 산술적 손실은 감당할 수 있다 해도, 민심이 떠나있다는 엄연한 사실의 확인이 여권에게는 상처 위에 소금을 뿌린 아픔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는 민심을 먹고 살기에 민심 이탈은 정당과 정치인에게는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다.

때문에 국정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민주당 내에서 터져 나오고 '내 탓, 네 탓'의 살풍경한 책임 공방이 이루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이 같은 고통스런 쇄신의 몸부림이 없이는 지금의 을씨년스러운 겨울 그림자가 걷힐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상처가 클수록 치료나 수술은 절차에 맞게 신중하게 진행돼야 한다.

곪은 곳을 도려낸다고 몸체까지 상하게 해서는 안 된다. 인적 쇄신도 마찬가지다.

책임이 있는 자가 책임져야 하는 것은 정치의 기본이지만 책임을 지우고 퇴진시키는 과정은 민주적 절차와 법치주의 원칙에 합당해야 한다.

기분 나쁘다고, 의혹의 소문이있다고, 나중에 대선 게임에서 반대편에 설 우려가 있다고 물러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혹자는 "지탄받는다는 사실만으로 퇴진해야 민심이 돌아온다"는 논리를 내놓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논리는 우리 정치문화의 후진성을 확인시켜 줄 뿐이다.

우리 정치를 정쟁의 수렁에서 빼내 성숙한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한다면, 퇴진 요구 대상자의 잘못과 이유가 구체적으로 적시돼야 한다.

그래야 당사자가 납득할 것이고, '잘못이 있는 자가 책임진다'는 법치가 확립되는 것이다. 민주적 절차와 법치가 무너진 곳에는 쇄신론이 청산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인치만이 있을 뿐이다. 그런 드라마에는 감동이 있을수 없다.

/이영성 정치부차장 leey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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