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북 경주시 석굴암(국보 제24호) 진입로 바위에 새겨진 명문(銘文)이 일제시대에 고의로 지워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경주 위덕대박물관 학술조사단(단장 김무생ㆍ金武生)은 지난달 토함산 일대 유적답사 중 석굴암 남쪽진입로에 있는 가로 45㎝ 세로 95㎝ 크기의 마애비(磨崖碑)와 높이 6~8m 크기 바위 2개에서 고의로 명문을 훼손한 흔적 10여 곳을 확인했다고 2일 밝혔다.
조사단은 금석문이 일제에 의해 지워졌다고 추정하는 근거로 ▦1913~15년 제1차 석굴암 복원공사 당시 철저하게 일본인들만 동원했고 ▦길에서 잘 보이지 않는 글자까지꼼꼼하게 지워졌으며 ▦이제까지 유독 석굴암에서만 유래를 알려주는 명문이 한 점도 발견되지 않은 점 등을 제시했다.
조사를 지휘한 박홍국(朴洪國)위덕대 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비문이 심하게 훼손돼 10여 글자만이 판독 가능한 상태이지만, 현재의 석굴암 진입로가 신라시대와 거의 일치한다는 것은 밝혀졌다”고 말했다.
한편 일제는 석굴암 복원공사 당시 본존불과 11면 관세음보살 중간에 있던 5층 대리석보탑,감실 안의 보살상 2점을 훔쳐갔고 석굴공사 때는 천장돌에 '日本'이란 글자를 새겨넣은 것으로 드러난 바 있다.
이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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