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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돈으로 산 혼외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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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생각] 돈으로 산 혼외관계

입력
2001.11.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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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여자들의 인터넷사이트에 들어갔다가 놀라운 일을 발견했다.남편의 외도로 고통을 받고 있거나 고통을 당해본 여자들이 한 둘이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접하고서였다.

그러니까 대개는 이런 식이다. 한 여자가 이런 고통을 호소하면 여남은 개의 리플이 달리면서 나도요! 나도요! 하는 식이다.

그녀들의 분노는 상당했고 나 또한 그 분노에서 제외되지는 않았다.

예전처럼 자식을 봐서 참고 살라든가, 늙으면 남자가 돌아온다든가, 하는 이야기는 사라진 지 오래고 대개의 내용은 따끔하게 혼을 내서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꽉 붙들고 살라는 내용이었다.

남편에게 자백을 받아내는 방법, 휴대폰 내역을 조사하는 법, 녹음하는법, 증거를 남기는 법까지 간통으로 고소를 하면 얼마를 복역하게 되는데 그때 언제쯤 취하하면 이혼은 안하고 남편은 정신을 차릴 수 있다는 다소과격하고 전문적인 상식까지 자세히 나와 있는 것을 보니 여자들이 이제 단순한 한탄을 넘어 현실적으로 현명한 대처를 하고 있구나 싶어 안도감도 들었다.

그런데 그 내용에는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모순된 점이 하나 있었다. 그러니까 내가 문제 삼고 싶은 것은 이런 내용이었다.

"상대방 여자가 누구인지 잘 살펴서 술집 여자이거든 대충 넘어가주고 진짜 연애를 하는 것 같거든 그땐 가만있지 말아라" 라는 게 그것이다.

글쎄, 내가 워낙 괴팍한 여자인지는 모르겠지만, 결혼 전에 남편과 결혼 서약에 관해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만일 당신이 나 말고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된다면 내가 가슴이 아프기는 하겠지만 적어도 당신을 경멸하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나와의 관계가 끝장이 나는 것은 물론 각오해야 하겠지만) 그러나 당신이 돈을 주고 한 여자의 몸을 사서 외도를 저지른 것을 알게 된다면 나는 슬플 뿐 아니라 당신을 경멸하게 될 것이고 최고의 불행이 닥칠 것이다.

나는 인간이 한 인간의 인격을 일정기간 돈을 주고 사는 사람에게 어떤 가치도 주고 싶지 않을 것이다, 라고.

속으로는 봉건적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으면서 겉으로는 진보와 합리를 표방하고 있는 남편은 그것이 지독하게 낭만적이고 연애지상주의적인 발상이라며 못마땅해 했지만 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결혼보다 연애가 더좋고 우월한 것이라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자식도 버리고 아내와의 세월도 버리고 다른 여자가 더 좋다는데 사실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바보가 아닌한 그도 고민을 했을 것 아닌가…싫다는 사람을 붙드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만일 그렇게 된다면 공은 상대방에게로 넘어 온 것이다.

즉, 무조건 이혼을 하고 보내주어라 아니라가 아니라 그것을 감당할 역량이 그녀에게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개는 나이가 어린 소녀들을 하룻밤의 섹스 대용품으로 삼는 것을 "사랑은 아니고 바람이니 됐어"하는 태도야 말로 사랑지상주의적인 사고의 발로가 아닐까.

왜냐하면그는 여전히 나를 사랑하니까, 라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대체 사랑이란 게 그렇게 몸 따로 마음 따로란 말인가?

청소년 성 매매, 중심 없는 성의 문란…이것은 분명 남자와 여자와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전체, 우리의 역사가 얽혀 있는 복잡한 문제겠지만 집안에서 여자들이이런 너그러움(?)을 가지고 있는 한 우리의 아이들도 안전하지 못할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참고로 어떤 강연회장에서 누군가 물었다. 남편보다 더 좋은 남자가 나타나면 사랑을 하겠습니까,라고.

나는 단호히 아니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그랬다. 남편이 무서워서.

가을이다. 술자리에서 선배들은 (아니 요즘은 후배들도)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은 심정을 숨기지 않는다.

나는 그럴 때마다 속으로 기도한다. 그들의 아내가, 혹은 남편이 무서운 사람이기를. 그래서 혼인외의 관계는 그 어떤 것도 절대 용납 않는 사람이기를.

공지영ㆍ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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