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 판사 33명이 법원인사제도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사법개혁모임(법관 공동회의)을 발족한 가운데 다른 판사들이 법관전용 통신망에 반박, 재반박의 글을 올려 사법개혁 논쟁이 확산되고 있다.서울행정법원 조병현(趙炳顯ㆍ사법연수원11기) 부장판사는 최근 내부 전자게시판에 띄운 ‘거대 담론의 함정’이라는 글에서 “판사가 고법부장승진을 염두에 둔다면 고위직 판사 출신 변호사가 선임된 사건에서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없다는 공동회의측 주장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조 부장판사는 “고위직 판사를 지낸 변호사가 선임된 경우 심리적인 부담은 받겠지만 그럴수록 균형을 잃지않고 의연하게 판결하기 위해 고뇌하는 것이 아니냐”며 “20여년간 승진이나 전보에 신경 쓰지 않고 품위와 자존심을 지켜온 판사가 고법부장승진 때문에 나약해진다고 말한다면 자신만의잣대로 (판사 전체를) 평가한 것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의 변호사개업 문제만 해도 그들의 인품에 맡겨야지 사건수임을 자제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무리”라며 “자신들의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판사들을 출세나 좇는 반개혁적 판사로 치부한다면 그 또한 독선”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인천지법 곽용섭(郭龍燮ㆍ25기) 판사는 즉각 조 부장판사 글의 부제인 ‘10월을 보내면서’를빗댄 ‘11월을 맞으면서’라는 글을 띄워 재반박했다.
곽 판사는 “거대 변호사들로부터의 심리적인 부담 우려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하는 문제제기에 대해 ‘당신은 영향을 받았느냐, 아니면 다른 판사가 그릇된 판결을 했다는 거냐’는 식으로 따지는 것은 올바른 전제 설정이 아니고 적절한 해답도 아니다”고 주장했다.
대구지법 강민구(姜玟求ㆍ14기) 부장판사도 지난달 26일 글을 띄우고“1년에 중견법관 70~100명씩 잃고 있는 현 시스템은 획기적인 대안이 필요하다”며 경제문제, 과도한 업무량, 인사이동 등으로 법관이 떠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다양한 법관대우 개선책을 내놓았다.
한편 법관공동회의 결성을 주도한 서울지법 문흥수(文興洙) 부장판사는 사법개혁에 대한 판사 내부의 토론회 개최 등을 추진하고 있어 당분간 사법개혁 논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영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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