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수습책을 놓고 집권 민주당이 쇄신파와 동교동계 간 정면 대결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쇄신파는 당과 정부가 공적 시스템이 아닌 몇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돼 왔기 때문에 민심이반이 생겼다면서, 그 몇 사람에 해당하는 권노갑씨와 박지원씨가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정권과 관련된 비리의혹이 불거질 때마다 그 몇 사람이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연루자로 거론돼, 이들의 존재 자체가 대통령과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동교동계는 국민의 정부 수립에 기여한 것이 뭐가 잘못이냐, 권노갑씨는 어떻게 하면 당에 도움이 될까 고민하고 있고, 박지원씨는 몸을 바쳐 국정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물러날 이유가 무엇이냐고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을 찍어 내려는 배경에는 특정 세력의 입지확보를 위한 불순한 의도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집권당의 쟁투가 어떻게 결론이 나든 국민들로서는 크게 상관할 바 아니다.
그러나 벌써 몇 번째 집권당이 나라 일은 거들떠보지 않고 경제가 죽을 쓰든 말든, 민생이 도탄에 빠지든 말든 '권력의 밥그릇' 싸움에 연연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데 대해 실로 착잡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아마도 이번재ㆍ보선에서처럼 아무 소리 않고 있다가, 선거 때 한표 한표의 무서움을 보여주기 위해 꾹 참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그러한 낌새를 집권당이나 청와대는 일찌감치 알아챘어야 했다.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사람은 결국 한 사람뿐이다.
국정운영의 권한뿐만 아니라 집권당의 통할권을 쥐고 있는 김대중 대통령뿐인 것이다.
김 대통령이 양쪽의 주장을 듣고 난 뒤 과감한 인적 쇄신에 나서든지, 아니면 예전처럼 없던 일로 덮든지 해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김 대통령은 어떠한 판단을 근거로 결단을 내려야 하는가. 국민의 생각이 그 판단의 근거가 되어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안타깝게도 김 대통령이 오래 생각할 겨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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