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크, 애이크 이크 애이크!“ 짧고 강한 기합 소리와 함께 차기와 지르기 연습에 여념이 없는 조경득(41ㆍ실내장식가)씨. 몇년전 급성 간염을 앓고 난 그가 택 견을 시작한 것은 불과 1년전이다.현재 1급인 조씨는 “운동도 되고 우리 것을 배운다는 점에서 자부심도 가지게 된다”고 엄지 손가락을 추켜세운다. 동작이 춤추는 모습과 비슷해 힘이 들어보이지 않지만 택 견은 많은 운동량을 필요로 한다.
20가지로 세분화된 앞엣거리(준비동작), 품밟기-활개질-딴죽 등의 기본거리(기본동작)을 15분만 해도 턱이 숨까지 차 올라올 정도다. 택 견의 기본동작인 굼실과 능청 동작(무릎을 굽혔다 폈다하며 다리를 내디디는 것)만 해도 단전 아래쪽에 힘을 주지 않으면 자세가 나오지 않는다.
“운동량이 많아서 택견인중에는 살찐 사람이 없다”는 조씨의 지적처럼 함께 택 견을 하고 있는 10여명의 동호인 중에 비만인 사람은 찾아볼 수 없다. 여성들의 호신용으로도 적당한 운동이라 전체 30여만 동호인중 여성 동호인이 20%정도이다.
택 견은 구한말까지 기호지방을 중심으로 성행하다 일제의 탄압으로 송덕기(87년 작고), 신한승(87년 작고)씨 등 몇몇 고수들에 의해서만 명맥을 유지해 왔었다. 80년대 민족문화와 예술에 관심이 많았던 대학가를 중심으로 부활하기 시작, 99년에는 생활체육종목으로 지정됐다. 올초에는 대한체육회에 인증단체로 가맹되는 등 제도화과정을 밟고 있다.
택 견은 운동량은 많지만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아 유연성을 키워주는데 적격인 운동이다. 다른 격투기가 순간적인 힘으로 상대를 가격하는 것과 달리 택 견은 상대를 가격할 때도 탄력을 이용해 밀어준다.
충격없이 상대의 중심을 무너뜨리는 것이 택 견 공격의 목표. 공격을 하더라도 남을 배려하는 자세를 잃어서는 안된다.
‘활개질’이라 불리는 손동작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백기신통비각술(百技神通飛脚術:-백가지 신통한 기술로 떠서 찬다)’라는 말대로 택 견의 중심기술은 발동작이다. 품(品)자 모양으로 다리 동작을 하는 품밟기를 기본으로 차기, 딴죽(상대다리를 거는 것) 등 여러가지 응용기술이 있다.
대한택견협회가 지정한 품계는 8급부터 9단까지로 1년 정도면 유단자가 될 수 있다. 현재 전국의택 견 전수관은 200개소 정도. 고의_적삼 형태인 도복, 버선과 미투리 등의 장비값이 5만원 내외로 저렴하다. 전국 어느 곳에서나 월10만원정도의 회비로 택 견을 배우고 즐길 수 있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삼국시대 유래…80년대 문화재 지정
‘택견’의 원형은 삼국시대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조선시대에 성행했고 구한말에도 왕십리에서 대회가 열렸을 정도다.
조선 정조연간의기록은 ‘탁견’, 1921년 조선총독부에서 발간한 조선어 사전에는 ‘택견’이란 명칭으로 수록돼 있다. 이후 발간된 사전에는 택견과 태껸으로 병기돼고 있다.
1983년 중요무형문화재 76호로 지정될 때는 ‘택견’으로 표기 됐다. ‘아기’를 ‘애기’로 발음하는 등 ‘ㅏ를 ㅣ 로 발음하는 ’서울 사투리의 영향으로 탁견이 ‘택견’으로 변했다는 설을 참고한 것.
각희(脚戱)로도 불리는 택견은 찬다는 뜻의 중국 남방방언 ‘척(tik)’과 발음이 유사하고 영어로도 찬다는 뜻의 ‘kicking’ 으로 번역된다는 점에서 차는 동작과 관계와 깊은 운동임을 알 수 있다.
택견에서는 겨루기를 ‘맞대거리’ 라 부르고 손 동작을 ‘손질’ 로 표현하는 등 순수 고유어로 용어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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