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사진부에 세종문화회관으로부터 이상한 보도자료와 안내문이 왔다.'현대 발레의 혁명가'로 불리는 프랑스인 모리스 베자르가 이끄는 스위스 '베자르발레 로잔'이 3~5일 내한 공연을 한다는 내용과 함께 리허설 사진 취재에 관한 안내였다.
안내문에는 리허설 촬영은 사전에 합의된 언론사만 허용한다고 써 있었다. 크게 문제되지 않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진 기자의 서명 요구와 함께 영문으로 작성된 베자르 발레단측의 리허설 촬영 신??양식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리허설 장면을 취재한 모든 매체는 촬영된 사진을 발레단측에 제출해 승인받은 것만을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있다. 선택된 사진은 기자가 속한 매체에 한해 단 1회 사용이 가능하며 어떠한 방법으로도 다른 매체에 판매나 이전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의 내용을 어겼을 때는 2만 스위스파랑(약1,600만 원)의 위약금을 지불해야 한다는 '경고'가 포함되었다.
이 발레단측이 내건 조건들은 그 어떤 유명한 예술인과 공연단체에서도 전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보도 사진의 사전검열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세계적 명성을 지닌 공연단체로서 원하는 사진 취재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수 있고, 사진 기자는 원활한 공연 진행을 위해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취재 원고를 피취재원이 사전검열한다는 발상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이 발레단의 리허설은 1일 시작되었다.
한국일보 사진부는 회의 끝에 독자에게 좋은 사진을 보여 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같은 사전검열은 있을 수도 없고, 결코 동의해 줄 수도 없다는 생각으로 사진 취재를 않기로 결정했다.
조영호 사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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