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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극적타결은 産銀-국민銀 합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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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닉스 극적타결은 産銀-국민銀 합작품?

입력
2001.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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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다, 묘수!” 좀처럼 접점을 찾기 힘들 것 같던 하이닉스반도체 처리가 극적으로 타결된 지난 달 31일. 금융시장관계자들은 절묘한 타협안에 탄성을 내질렀다. 하지만 이 같은 타협안은 정건용(鄭健溶) 산업은행 총재와 김정태(金正泰) 합병 국민은행장의 장군멍군식공방의 산물인 것으로 전해졌다.신규 지원을 놓고 은행간 입장이 갈리면서 답보 상태를 거듭하던 하이닉스 처리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것은 불과 5~6일전. 신규지원 불참은행의 선봉장 격이었던 김정태 행장이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에 보유 채권의 70%를 탕감하는 대신 30%는 출자전환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부터였다.

지원안을 무산시키지 않으면서도 반대 은행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충족시켜주는 아이디어였던 셈이다.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변제를 해주기 때문에 하이닉스로서도 불만스럽지 않은 조건. 외환은행은 이 같은 요구를 전격 수용, 지난 달 29일 각 채권금융기관에 안건을 배포했다.

하지만 채 몇시간도 지나지 않아 정건용 총재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무원칙한 채권 탕감비율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객관적인 청산가치에 의해 탕감률을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

한빛은행 등 다른 신규 지원 동참은행들이 동조함으로써 “채권 탕감비율이 너무 높다”는 신한 등 일부 은행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은 결국 청산가치로 탕감률을 정하도록 안건을 수정했다.

핑퐁 공방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채권금융기관협의회를 하루 앞둔 30일. 김정태 행장은 비밀리에 외환과 산업은행측에 신용채권에대해 청산가치에 3%포인트를 얹어 변제해줄 것을 제안했다. “협의회에서 반대표를 던진 뒤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유리해야 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리고 운명의 31일 오후5시. 각 채권은행 임원과 실무자들은 청산가치로 변제받는 원안을 들고 협의회가 열린 외환은행 본점 대강당으로 속속 몰려들었다.

은행장으로서는 유일하게 회의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정태 행장은 특유의 쇼맨쉽을 발휘하며 전격적으로 ‘청산가치 + 3%포인트’ 안을 긴급 발의했고, 사전 재가를 받은 산업은행이 이에 동의함으로써 상황은 종료됐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양측의 비밀 합의를 사전에 전혀 알지 못했던 한빛은행은 신규지원 안건에 대해 ‘조건부 찬성’표를 던질 수 밖에 없었다. 또 제일은행은 지원안에 반대표를 던져 탕감안보다 불리한 매수청구권을 선택하게 돼 조만간 불합리한 의사결정 과정을 이유로 소송을제기할 것을 검토 중이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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