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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브루스 커밍스의 애정어린 '한국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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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브루스 커밍스의 애정어린 '한국론'

입력
2001.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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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 창작과 비평사 발행오랫동안 한국 현대사 연구에 몰두해 온 미국 역사학자 브루스 커밍스(시카고대 교수)에 대해 일반 대중이 떠올리는 이미지는 차가운 푸른색이거나 불순한 붉은 색일 것이다.

엄청난 자료와 끈질긴 연구를 통해 복잡다단한 한국전쟁을 차갑고 단호하고 비판적인 수정주의의 입장으로 규정한 점이 그렇고, 그에 따라 한국 내에서 금기시해 온 좌파 성향의 젊은 역사학자를 양산해냈다는 점이 그렇다.

심지어 그는 “한국전쟁은 남한이 일으켰다”고 주장한 학자로 오해받아 권위주의 정부 하에서는 이땅의 보수파로부터 매우 위험하고 적대적인 이방인으로 대우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발간된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창작과 비평사)를 읽고 난 후 느낄 수 있는 그의 색조는 한국과 한국인에 대한 애정이 넘쳐나는 ‘따뜻한’ 붉은 색이다.

그는 이 책에서 30여 년의 인연을 맺은 한국과 한국인에 대해 최대한의 성의와 애정을 담아 설명하고 있다.

책 제목은 현대사이지만 이 책은 한국의 고대에서 현대까지를 아우르는 미국 역사학자의 시각을 담고 있으며, 남한과 북한, 심지어 미국에 사는 한국인까지를 조명하는 구체적이고 고급스러운 ‘한국론’을 기술하고 있다.

물론 그가 ‘한국전쟁의 기원’에서 한국전쟁의 원인을 ‘남북한 내부의 모순이 해방전후사의 공간 속에서 폭발한 것'으로 주장한 학문적 소신은 굽히지 않고 있다.

한국과 나머지 세계와의 관계, 특히 미국과의 관계, 그리고 냉전구조 속의 존속이라는 주제, 한반도의 통일방식 등 광범위한 한국의 문제에 대해 비판적인 관점에 통찰하고 있다.

인상적인 것은 몇 안 되는 거물급 한국 연구자로서 미국인을 포함한 소위 선진국 사람들의 ‘한국인에 대한 조악하고 불공정한 인상’의 잘못된 점을 비판, 수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단군신화를 언급하는 등 통사적 관점에서 한국문화의 근원을 설명한 것은 한 마디로 한국에 대한 외부의 상투적인 표현과 상상에 제동을 거는 것이다.

그는 한국전쟁에 대해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갈등과 혼란의 세기도 만약 통일된 한국이 한국인이 말하는 그런 자유를 가질 수 있다면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이다. 비극은 전쟁이 아무 것도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이라고 말한다.

“한국은더 이상 유교적 덕(德)과 통치술이 빼어난 도(道)의 나라가 아니라 급속한 산업 성장, 전속력으로 치달은 근대화, 세계정상급 인재의 화신이 됐다”고 평가하기도 한다.

또한 한국인에 대해서는 “어떤 직업에 종사하든, 그리고 한반도 남북 어디에 있든, 한국인들은 대단한 가족애와 교육의 미덕에 대한 놀라운 믿음을 지닌 기백이 넘치고 근면한 도덕적인 사람들이다. 반세기 동안 한국인들의 생활에 깊숙이 관여했으면서도 아직도 한국인을 모르는 미국이라는 나라로부터의 여태껏 받아온 대접보다는 더 나은 대접을 받아야 마땅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1997년 영어권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쓴 것이다. 저자는 이번 한국어판 발행을 위해 최근까지의 중요한 변화를 책 속에 추가로 수록하는 성의를 보였다.

스스로 고려 우왕(禑王)의 후손을 아내로 두고 있다고 설명하는 저자는 “내란에 의해 완성된 자유를 지닌, 통일되고 당당하고 근대적인 한국을 상상해볼 때”라고 말했다.

김철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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