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내년 1월로 예정된 건강보험 재정 통합을 백지화하고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을 분리하는 내용의 건강보험법 개정안을 26일 국회에 상정하면서 건강 보험 통합론과 분리론이 다시 팽팽히 맞서고 있다.직장 가입자등은 "직장 가입자들의 소득은 그대로 드러나는 반면 지역 가입자들의 소득은 제대로 파악이 안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분리를 주장하고 있는 반면 지역가입자 등은 "저소득층의 혜택, 운영의 효율성, 사회 통합을 위해 분리돼서 안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찬성- 이동호(한국노총 정책2국장)
2001년 10월29일 현재 건강보험의 재정적자는 9,118억원에 달하고 있고 연말까지 약 2조원의 적자 발생이 예상된다.
이러한 추세는 정부의 재정안정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되리라 보여진다.
재정파탄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가. 일부 견해가 일치하지는 않지만, 출발점은 의보통합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통합을 주도한 차흥봉 전보건복지부장관은 건강보험을 통합하면서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고도 급여확대가 가능하며, 소득재분배를 통해 사회통합과 사회연대성을 제고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직통합 이후 재정통합을 눈앞에 둔 이 시점에서 건강보험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통합과 동시에 보험료가 인상되었고, 매년 지속적으로 보험료를 인상하지 않으면 재정이 파탄 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해 있다.
또한 직장과 지역간의 갈등과 마찰을 증폭시켜 "반사회통합, 반사회연대"의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 및 재정파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취해야 할 정부의 첫번째 조치는 재정을 분리 운영하는 것이다.
통합추진과정에서 드러난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 상호간의 보험료 부담 기피 및 전가현상으로 인해 의료보험통합법 통과 이전 직장조합의 적립금 약 2조8,000억원이 완전 소진되어 보험재정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을 감안하면 이것은 당연한 요구인 것이다.
정부는 법적으로 재정을 통합해도 사실상 구분 계리를 통해 직장과 지역간의 부담의 형평성을 도모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것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당초 통합에 합의할 때 지역가입자의 소득파악율을 제고시켜 직장과 지역간의 단일부과체계개발을 전제로 통합에 합의했던 점을 감안하면, 전제조건이 미충족된 현실에서 실질적으로 완전히 재정을 분리하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직장과 지역간의 이원적 부과체계가 유지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사실상의 구분계리방식이 아니라 실제 재정을 분리하는 법개정을 하는 것이 정상적인 접근이다.
재정분리시 효과는 각 관리주체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보험재정을 충실하게 관리하게 할 수 있으며, 보험료 인상 등에 따른 직역간의 형평성 논란과 헌법상의 위헌소지를 제거할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재정을 분리 운영하는 것이 흔들리는 건강보험제도를 정착시키는 1단계 조치가 될 수 있으므로 금번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재정분리법안이 통과돼야 할 것이다.
▶반대- 김연명(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야당이 수많은 논의와 갈등을 거쳐 사회적 합의가 끝난 재정통합 문제를 재론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재정분리를 주장하는 측에서는 통합을 재정적자의 주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나 이는 엉뚱한 진단이다.
최근 건강보험 재정적자의 직접적 원인은 단기간에 50% 가까운 수가인상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이미 밝혀져 있다.
재정을 분리한다고 해서 수조원의 건강보험적자가 흑자로 돌아서지도 않는다. 재정을 분리해서 적자가 없어진다면 의료비 급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선진국은 이미 그렇게 했을 것이다. 과문한지 몰라도 그런 정책을 도입한 선진국은 없다.
또한 재정분리의 근거로 재정이 통합되면 임금근로자가 불이익을 받는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재정이 분리되면 임금근로자가 오히려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오고 있다. 직장보험의 적자규모가 지역보험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국고보조가 없는 직장보험은 대폭적인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하게 된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 주장에 깔려 있는 국민의 편가르기이다.
재정을 분리하면 직장인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을 뒤집어 보면 재정분리가 농민이나 자영자에게는 손해라는 논리와 연결되어 있다.
전체 국민을 골고루 생각해야 하는 정당이 농민과 도시자영자에게 손해를 입히는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은 어떻게 해명할 수 있을 지 궁금하다.
재정분리는 가입자에게는 상당한 행정적 불편을 가져오고, 보험 미가입자를 대량으로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미 전체 건강보험 가입자의 18%인 약 850여만 명이 1년 사이에 직장가입자와 지역가입자로 순환이동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이 경향은 더 강화될 것이다.
과거처럼 직업을 바꾸면 보험증을 새로 만들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이중 가입자 혹은 직장보험이나 지역보험 아무곳도 가입하지 않는 무가입자가 많아질 것이다.
또한 재정분리는 전상망을 새로 짜야하고, 조직을 정비해야 하기 때문에 통합 추진을 위해 소모된 수천억원의 예산 낭비를 가져올 것이다.
건강보험의 시급한 과제는 재정분리 문제가 아니다. 자영자와 직장인 집단간에 형평성있는 보험료 부과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며 특정집단의 과도한 불이익을 충분히 막을 수 있다.
건강보험 문제의 열쇠는 재정분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만성적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보건의료체계 전반을 어떻게 합리적으로 재편해야 하는가에 있다.
국민을 편가르는 정책을 펴서는 안된다. 문제의 핵심을 잘 파악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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