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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여시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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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움직인 이 책] 여시아문

입력
2001.1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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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매우 값진 보물이있는데, 그런데 그것이 보물인 줄을 모른다.어느 날 한사람을 만나 내가지니고 있는 것이 얼마나 귀한 보물인지를 알게 된다. 그가 그것을 가르쳐 준 것이다.

그를 만난 뒤에 비로소 나는 값진 보물을 지닌 사람이 된다. 이른바 ‘깨달음’이란 그와 같은 것이다. 스승을 통해‘얻는’ 것이면서 도무지 ‘얻은바 없는’ 것이 깨달음이다.

5년쯤 전, 불교학자이자 목사인 정희수 박사한테서 책 한 권을 선물받았다.

현대 일본진종불교의 스승인 마이다슈이치가 일본어로 쓴 ‘여시아문(如是我聞)’을 그의 제자인 노부오 하네다가 영어로 번역한 것이었다.

한 번읽고 나서 곧 번역에 착수했다. 제대로 찬찬히 읽어보고 싶어서였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나는 이낯선 불교 서적을 통하여 내 가슴 속깊은 곳에 본디부터 모셔져 있던 스승을 비로소 만나게 되었다. 하루나 이틀쯤, 야릇한 몸떨림을 느꼈던것 같다.

‘한 분스승을 모신 제자의 행복’에 관한 증언이 이 책의 주제다.

노부오는 “선생과 학생의 관계가 곧 불교”라고 말한다. 그의 스승의 스승인 아케가라수도 말한다.

“여러 선생을 모시는 자들과 한 선생도 모시지못한 자들은 아직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것이다. 복되도다, 오직한 분 선생을 모신 자들, 오직 한부처를 섬기는 자들!”

내가 요즘들어 예수에 관한 여러 학자들의 정성스럽고 상세한 토론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것은 그들이 설명하고 있는 예수가 지금내 가슴 속에 살아 계심을 알아버렸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무화과를 먹고있는 사람은 무화과맛에 대한 사람들의 말에 귀를 기울일 까닭이 없는 것이다.

내 마지막 스승이신 예수께서 한일본 승려의 에세이를 통해 나를 만나주신 그 미묘한 섭리가, 여전히 종교 간의 갈등으로 어지러운 이 시절에, 각별한 의미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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