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이 3조원의 출자전환과 6,500억원의 신규 자금 지원 등 정상화 방안을 마련한 이후 증시의 반응과 전문가들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개인 투자자들이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반도체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 한 부도 리스크는 여전하다’며우려하고 있다. 특히 출자전환에 따른 물량 부담으로 주가 폭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전체거래량의 53% 차지
1일 하이닉스반도체주가는 장 초반부터 강세로 출발, 낮12시30분께 165원(14.80%) 오른 1,280원까지 상승, 31일에 이어 이틀연속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거래량은 2억4,351억주를 기록, 거래소 전체 거래량(4억5,856억주)의 53.1%를 차지했고 상한가 잔량도 무려 2,883만주에 달할 정도로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이에 대해 시장에선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이 시장 참여자들에게 ‘하이닉스는 결국 회생할 것’이라는 안도감을 심어줬기 때문으로 풀이하고 있다. 특히 일부 은행들의 채권단이탈에 따라 앞으로 채권단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질 것이란 점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졌다.
현대증권 우동제 팀장은“출자전환으로 인한 연간 수천억원대의 이자 부담 감소와 신규 자금지원 규모 등을 종합해 볼 때 내년 2ㆍ4분기에는 경영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보인다”며 “이번 채권단 결정은 일반 주주들에게는 엄청난 선물”이라고 말했다.
▼낙관 성급, 이제 시작일뿐
그러나 대부분의 반도체전문가는 여전히 회의적이다. 대신증권 진영훈 연구원은 “정상화 방안의 성공 여부는 결국 반도체 경기의 회복에 전적으로 달려있다”며 “6,500억원의신규 자금 지원으로는 설비 투자에 충분한 현금이 확보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 최석포연구원도 “그동안 갈팡질팡하던 채권단 결정이 정리된 점은 상당한 성과이고 어느 정도 유동성을 확보하게 된 것도 긍정적”이라며 “그러나 이 정도의지원으로 충분한 생존이 가능한 지 의문이고 하이닉스의 고강도 자구 이행 등 앞으로 가야할 길이 너무 멀다”고 밝혔다.
SK증권 전우종 애널리스트도“이번 지원은 하이닉스가 6개월 정도 견딜 수 있는 수준으로 이후에는 또 다시 유동성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며 “수익 추정을 해보면 하이닉스는내년 4ㆍ4분기나 돼야 이자를 낼 정도의 현금 창출이 가능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특히 3조원이 현재시가(1,000원대) 수준에서 출자전환되는 경우 주식수가 10억주에서 40억주로 늘어나기 때문에 주당 가치가 25%로 희석될 수 있다는 우려도나온다. 출자전환 은행들이 물량을 털 경우 엄청난 매물 압박에 시달리게 될 것이라는 시각도 없지 않다. 결국 이번 하이닉스 정상화 방안은 ‘또다른 시작일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대우증권 전병서 부장은“하이닉스 지원에 대한 해외의 반발은 법적인 하자가 없다는 점에서 크게 우려할 수준이 안 된다”며 “기왕 살리기로 했다면 신규 자금의 조기 지급등 산업정책적 측면에서 적극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 은행주, 하이닉스따라 차별화
은행주가 하이닉스 정상화 방안 확정과 국민ㆍ주택은행 합병 재료를 바탕으로 이틀째 강세를 보였다. 그러나하이닉스의 채무를 면제하고 손을 턴 하나 한미 등 우량은행 주가가 3~4%의 비교적 강한 상승세를 보인 반면, 신규지원에 참여한 외환과 조흥은행은보합 수준에 머물러 하이닉스 지원에 대한 시장 반응이 부정적인 것으로 해석됐다.
신규지원에 참여하지 않은 5개 우량은행 중 국민과 주택은행은 합병으로인해 주식거래가 8일까지 정지된 상태이며 신한은행은 보합세로 마감됐다.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 지원 참여 여부에 따라 향후 은행별 주가가 차별적인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우선 신규 지원에 참여하지 않고 기존 채무를 면제하기로 한 5개 은행의 경우 하이닉스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이라는 평가가지배적이다.
대신경제연구소 한정태 연구원은 “5개 은행이 하이닉스 채무 면제로 새로 적립해야 할 충당금 규모는 채권 회수율을 무보증 18%, 보증및 담보 50%로 할 경우 3,327억원 정도”라며 “이들 은행의 분기별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이 1조7,037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큰 부담이 안된다”고 밝혔다.
교보증권 성병수 연구원도 “5개 은행은 이미 충당금을 50% 이상 쌓아놓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추가 적립 부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악재에서 벗어났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외환 조흥 등 신규지원 참여은행의 경우 평가가 엇갈렸다. 대신의 한정태 연구원은 “이들은 하이닉스와공동운명체가 됐다”며 “하이닉스 및 반도체 경기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러나 “당장의 충당금 적립 부담에서 벗어나시간을 벌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동원경제연구소 이철호 연구원은 “출자전환으로 하이닉스의 자본금 규모가 너무 커져 감자 논의가 제기될경우 해당 은행들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합병은행 출범과 관련해서는 은행업계의 합병 및 대형화 움직임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평가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엔 이르다는 유보적 시각이 엇갈렸다.
김상철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