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증시가 불안한 ‘버티기 장세’를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다.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8년반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올 세계 GDP 성장률이 19년만에 최저치로 전망되는 등 뚜렷한 침체국면에 들어선 1일 도쿄(東京) 증시의 닛케이(日經) 평균주가는 오전장의 상승세 끝에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31일 뉴욕증시에서는 다우지수가 46.84포인트나 떨어졌으나 나스닥지수는 22.79포인트 상승했다. 증시가 버티는 것은 미 GDP 감소폭을 비롯한 지표들이 예상보다는 나쁘지 않았다는 안도감이 작용한 결과이다.
그러나 각 분석기관들은 증시의 곡예비행이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경고를 발하고있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2차대전후 미국의 역대 전쟁과 주가추이를 분석, “테러 전쟁 국면하의 증시가 불투명한 장기전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상하로 크게 흔들리는 베트남전 유형으로 접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2차대전 당시엔 진주만 기습으로 폭락했던 다우지수가 군사지출에 따른 경기활성화로 종전 때까지 상승국면을 유지했다. 걸프전당시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폭락했던 주가가 사막의 폭풍작전 개시와 함께 폭등했다.
그러나 9월11일 테러이후에는 미국의 소비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데다, 군비 지출이 극히 제한적인 반면 경제규모는 비교할 수 없이 커져 앞으로 상당기간 동안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테러의 충격이 충분히 감안되지 않은 이번 7~9월 미국의 GDP 통계를 두고도 전문가들은 ‘신경제(NewEconomy) 경기의 종언’이라고 진단했다.
90년대 들어 재정적자 삭감에 따른장기 금리 저하, 정보기술(IT)혁명과 세계화 등 냉전 종식의 선물을 마음껏 누리며 계속된 10년간의 호경기가 일대 조정국면에 들어섰다는 지적이다.
테러참사후 14.3%나 떨어졌던 다우지수는 1개월만에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놀라운 복원력을 보였고, 도쿄를 비롯한 일부 증시는 도리어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등락은 시장이 수없이 겪게될 파도장세의 시작일 뿐이며, 주가불안은 한결 심각해 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도쿄=황영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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