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것'다른 무엇보다 영화가 사유의 질료가된 것은 이론의 여지가 없다.
영화를 통시적으로, 혹은 텍스트의 미학을 분석하는 책들이 한참 쏟아지더니 이번에는 철학과 영화를 접목한 책이 나란히 출간됐다.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것’(슬라보이 지젝 편집ㆍ새물결)은 라캉의 정신분석이론을 통해 알프레드 히치콕(1899~1980)의 영화를 분석한 책이다. 1990년 슬로베니아 공화국 대통령 후보로도 나섰던 석학 슬라보이 지젝은 프로이트와는 또 다른 잠재의식의 통로를 파헤친 자크 라캉을 원용, 히치콕의 영화를 새로운 위치에 놓았다.
즉, 자크 들뢰즈가 히치콕을 고전 영화의 종말과 모더니즘영화의 시작 부분에 자리를 잡아 준 데 반해, 그는 히치콕의 영화를 포스트모더니즘의 예후로 분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히치콕의 영화는 그림 엽서 같은 관습적인 무대 장치, 단조로운 일상 그 자체에서 항상 출발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지젝은 바로 이러한 관습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그 질서를 붕괴시키는 실체를 영화 속에 배치시킴으로써 상징과 실재의 팽팽한 긴장, 지식과 진실간의 분열관계를 드러낸 것이 히치콕 영화라고 설명한다.
‘새’ ‘마니’ ‘이창’ ‘사이코’ ‘나는 너무 많은 것을 안다’ 등 히치콕의 영화에 라캉의 분석이론, 다양한 인식론의 틀을 대입하는 것이 결코 쉽게 느껴지지는 않지만 상당히 매력적인 노작이다.
‘기술과 운명’(이정우 지음ㆍ한길사)은 컴퓨터가 개인의 신경조직을 대체하게 된 사이버 펑크 시대의 정신을 담지한 영화를 통해 영화 및 철학 읽기를 시도했다.
미래 세계를 상상하는 영화적 틀을 제시한 ‘블레이드 러너’로 시작해 인간이 인간을 위해 만든 컴퓨터의 반란과 부딪친 기술의 아이러니를 그린 ‘2001스페이스 오딧세이’와 ‘미래=디스토피아’라는 등식에 반발한 일본 애니메이션 ‘공각 기동대’, 영화적 상상력과 인식론을 교직한 ‘매트릭스’, 인간이 되려는 로봇을 통해 가장 서정적으로 사이버펑크 시대를 분석한 ‘바이센테니얼 맨’ 등을 분석했다.
부제 ‘사이버 펑크에서 철학으로’가 상징하듯, 기술과 철학이 간이역에서 만난 듯하다. 저자는 철학 아카데미 원장.
박은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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