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질서' / 존 홀런드 지음·사이언스북스 발행온갖 세상만사의 원리를 풀어주는 절대적인 공식이 있다면?
면역 체계, 대도시의 기능, 기상 변화, 생태계 등 어느 분야의 복잡한 변수를 대입하더라도 해답을 주는, 보편적인 큰 줄기를 읽어내는 공식을 찾는다는 것은 자못 꿈처럼 여겨진다.
자연은 물론 사회의 이 무한한 복잡성에 초점을 맞춘 ‘복잡적응계(Complex Adaptative System)’라는 신생 학문은 카오스 같은 현실의 이면에 질서를 부여하려는 과학자들의 모험이다.
무모한 모험이다. 그러나 존 홀런드(미시간대 교수)가 쓴 ‘숨겨진질서-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는 과학자들이 이 무모한 모험을 얼마나 구체적이고 실존하는 과학으로 승화해 왔는지 잘 보여준다.
홀런드는 “청어절임을 사러가는 한 뉴욕 여인은 왜 청어절임이 가게에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까”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질문을 던지며 시작한다.
하나의 초라한 가게조차 빠뜨리지 않는 어떤 거미줄 같은 원리는 애덤 스미스의 경제 원리인 ‘보이지않은 손’만으로는 부족하다.
저자는 복잡계를 이루는 7가지 기본 요소와 개체들을 설명하고, 개체가 스스로 우수한 성질을 취합해 진화하는 방식과 이 개체들이 모인 전체가 어떤 행동 패턴을 보이는지 추적한다.
개체는 항체, 사람, 기업, 국가, 당구공등 무엇이든 될 수 있으며 이들이 이루는 복잡적응계를 밝히는 데는 컴퓨터의 막강한 계산력이 바탕이 된다.
복잡적응계 이론은 바로 1987년 홀런드가 공동 특허를 따낸, 스스로 학습하고 발견하는 적응성 컴퓨터 시스템 개발의 기반이 되었다.
당구대에서 어떤 순간 어떤 공들이 충돌할 것인가와 같은 불확실성이 정확히 도식화하고 최선의 결과를 낳는 과정은 '신의 손'이 개입한 듯 정교하다.
수많은 수학적 계산과 개념이 등장하는 이 책을 일반 독자들이 쉬이 이해하기는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만큼 어떠한 유희도 없이 촘촘한 지식으로 엮어졌다.
고단한 책읽기가 끝나면 0, 1만으로 완벽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컴퓨터처럼 세상 뒤편의 ‘단순함’에 한발 다가간 느낌이다.
역자인 과학서 전문번역가 김희봉씨는 홀런드가 보여주는 복잡계의 질서는 “지적인 흥분과 함께 차가운 금속을 핥는 듯한 치열함과 섬뜩함을 준다”고 말한다.
최근에 나온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 ‘카오스에서 인공생명으로’ 등과 함께 읽으면 이 책이 보여주는 복잡성의 과학은 한층 흥미롭게 다가올 것 같다.
이진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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