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투의 4시간10분이었다.1일 오전 8시30분 시작된 민주당 당무회의는 점심시간을 훌쩍 넘겼다. 참석자들은 고성은 자제했지만 발언내용은 직설적이었다.
쇄신파와 동교동계 모두 애당(愛黨)의 충정을 내세웠으나 발언엔 서로에 대한 섭섭함이 맺혔고 불신이 깊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최고위원제의 폐지, 무용론까지 주장하며 지도부를 향해 공격의 날을 세웠다.
김옥두(金玉斗) 의원을 비롯한 동교동 구파가 먼저 말문을 열어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김 의원은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했던 김근태(金槿泰) 최고위원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섭섭하다”고 말을 텄다.
이어 “소득격차완화특위 위원장이면서 회의는 두 번밖에 안 하고, 돈 써가며 대권운동만 하게 됐느냐”는 등 직설적으로 공격했다. 주위에서 “그만하라” “말 좀 짧게 하자”는 지적이 나왔다.
김홍일(金弘一) 의원은 오전 9시30분께 “계속 있으면 발언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며 회의장을 떴다.
최고위원에 대한 공격은 곳곳에서 나왔다. “불과 1만여당원 지지로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대권에만 열중해서야 되겠나”(안동선) “최고위원회의가 대책 한번 제대로 세웠나”(박광태) 라는 등 비판이 쏟아졌다.
회의가 길어지면서 오전 11시로 예정된 개혁모임의 결의문발표 시간이 다가오자 이협(李協) 의원은 발표 연기를 주장, 개혁모임 대표인 신기남(辛基南) 의원과 설전을 벌였다.
쇄신 대상으로 지목된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은 수시로 회의의 흐름을 보고받 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오전 11시30분께는 권 전 최고위원을 지지하는 한 50대 당원이 “권 전 최고위원이 무슨 잘못을 했느냐”고 소리치며 회의장 진입을 시도하다 제지당하기도 했다.
정대철(鄭大哲) 노무현(盧武鉉) 김원기(金元基) 박상천(朴相千) 최고위원은 해외출장, 지방 일정으로 불참했다.
◇표적쇄신 논란
안동선=권노갑씨는 국회의원도, 최고위원직도 포기했다.
뒤에서 뭘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지만 어떻게 실명을 거론하며 은퇴라는 표현을 할 수 있나. 자식도 아버지에게 정치를 그만두라고 할 수는 없다.
장영달=어제 소장파 일부가 특정인 이름을 거론했던 것은 옳지 않다.
이윤수=동교동계내의 지탄 받는 한 두 사람은 정리해야 한다. 청와대에도 ‘저사람은 안 된다’는 사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국민적 비판을 받는 몇 사람은 분명히 찍어 내야 한다.
김옥두=특정인에 대해 은퇴를 주장할 용기가 있으면 터무니없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공격하라.
김태랑=백의종군하는 사람더러 은퇴하라는 게 개혁인가.
추미애=공식 직함은 없지만 특정된 두 분은 책사로서 대통령 결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적인 의혹이 있다면 물러나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민석=비리 의혹 인사로 지목되고 있는 본인들이 특검제를 통해 조사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데 이를 수용하자.
천정배=대통령을 측근에서 보필해 온 분들은 바로 일괄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결코 비리의혹 때문이 아니다. 당정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온 분들이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취지다.
윤철상=특정 인사의 정계 은퇴 주장은 현대판 고려장이다. 민주화의 산 증인이며동교동계 좌장이었던 분에게 야당과 언론의 음해 주장에 따라 여러 가지를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화갑=쇄신 논의 과정서 실명을 거론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 국회에서조차 실명거론을 금기시하고 있지 않은가. 서로 상처 입히는 일은 하지 말자.
이인제=인적 쇄신과 당정 개편은 대통령께서 결단 내릴 문제이므로 조심스럽게 논의해야 한다.
◇동교동계 해체
안동선=동교동계는 김대중 대통령의 모든 것이며 정권교체를 이룬 중심세력이다.
김옥두=9월부터 김근태 최고위원이 동교동계 해체를 주장하며 하나회에까지 비유했다. 김 최고위원은 남을 비판하기전에 자신부터 되돌아보기 바란다.
국민의 정부가 실패하길 바라는 YS를 만나고 형무소를 찾아가 (언론)사주를 만나고 이게 뭔가.
무슨 일만 터지면언론에 말하고, 야당이 주장하는 근거 없는 설과 의혹 부풀리기가 단 한 건이라도 사실로 밝혀지면 책임지겠다. 당과 국가의 발전을 위해 (김 최고위원은)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라.
추미애=동교동 동교동 하지만 우리는 동교동 정신을 이어받자는 것이지 공과를 특정인에게 부여하자는 것이 아니다. 최고위원회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는 것은 정보가 없기 때문이다. 시중에선 정보가 특정인에게 다 가기 때문이 아닌가의혹을 보내고 있다.
김근태=김옥두 의원의 인신공격은 유감이다. 오늘의 사태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겠다.나는 국민의 정부와 대통령이 성공해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가슴에 손을 얹고생각해 보자. 그동안 의원총회 워크숍 다 했지만 희망을 가질 수 있었는가.
김중권=대표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지만 우리 당에는 계파나 모임이 너무 많다.
◇선쇄신론과 개혁그룹 집단행동
장영달=당ㆍ정ㆍ청을 쇄신하지 않고서는 당이 다시 일어설 수 없다. 다음 선거에서전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하다.
김옥두=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합이다. 당에 쇄신기구를 만들어 논의해야한다. 소장파 의원들은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라.
추미애=포럼은 당이 민주적이지 않으니까 자연발생적으로 생긴 것이다.
박광태=야당의 터무니없는 의혹 부풀리기 때문에 민심이 돌아섰는데도 당은 무대응과 무대책이었다. 대권 주자들은 마음을 비워야 한다.
이치호=초ㆍ재선 의원들이 쇄신을 요구하는것은 영화관에서 전기가 나간 뒤 자가발전으로 영화를 돌리려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이해한다.
송훈석=권력을 휘두른 사람이나 부패한 사람들은 물러나야 하고 전면 쇄신이 있어야 한다는 게 민심이다. 책임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한다.
심재권=대통령께서 많은 생각을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 언론에성명을 발표하거나 서명을 하는 것은 수습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김민석=당정 개편의 범위와 시기는 대통령의 최종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다.
정동영=쇄신은 우리 당을 살리는 마지막 길이다.
천정배=나라를 책임지는 집권당으로서 외부에 책임을 돌릴 수는 없다. 시스템과인물 정책을 모두 바꿔야 한다.
유재건=권력 주변에는 파리가 모이게 돼 있다. 잘 관리해 나가야 한다.
남궁석=당 쇄신을 위해 모든 것을 백지에서 검토해야 한다.
한화갑=선거 결과에 대해 최고위원 한 사람으로서 누구를 탓할 생각이 없다. 석고대죄하는심정으로, 도끼를 메고 상소하듯이 대통령께 건의하자.
이인제=책임을 통감한다. 선거 결과에 대해 결코 당황해선 안 된다. 당이 단합하는틀 속에서 개선책을 추진해야 한다.
김영배=내년 선거 승리는 지금 누구를 물러나라고 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러나쇄신 주장에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소장 의원들은 합법적 기구를 통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반영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김중권=민심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국면 전환을 위해서도 정치적결단을 늦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때는 당 공식기구에서 해야 한다.
신효섭기자
hsshin@hk.co.kr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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