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기사 박영훈 2단의 기세가 무섭다.입단 후 2년도 지나지 않은 신출내기가 국내기전 결승에 연거푸 진출하며 첫 타이틀획득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박 2단은 최근 제6회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에 이어 제1회 바둑TV배 신예연승최강전 결승까지 잇달아 진출했다.
박 2단의 기세는 두 가지 점에서 놀랍다.
우선 11월 기전 일정표를 보자. 11월 예정된 4차례의 국내 도전기 중 박 2단의 이름이 올라 있는 것은 절반. 이창호 9단, 유창혁 9단 등 최정상권 기사를 제외하면 그의 이름이 거의 유일하다.
그가 결승에 오른 과정 역시 만만치 않은 이력을 보여준다.
박 2단은 천원전본선 16강전에서 유창혁 9단을 물리쳤고, 준결승에서는 서봉수 9단 마저 제쳤다. 모두 불계승이었다.
1일부터 계속될 천원전 결승 상대는 ‘신4인방’으로 각광받았던 윤성현 7단. 상대전적 1승1패로 우위를 가릴 수는 없지만 마지막 대결이었던 지난 7월 농심배 예선에서 승리를 거둠으로써 자신감이 붙었다.
타이틀을 획득하게 되면 지난해 이세돌 3단의 천원전 타이틀 획득을 앞서는 입단 후 초고속 우승 기록이 된다.
박 2단 자신도 이번 천원전 타이틀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다. 박 2단은 “입단한지 얼마 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세계대회에서도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시드가 주어지는 천원전 타이틀을 꼭 획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영훈 2단은 1986년생. 올해 나이 열 여섯으로 바둑 명문 충암고등학교1학년생이다.
6세때 아버지로부터 처음 바둑을 배운 뒤 학초배, 삼성화재배 등 아마대회를 7차례나 제패했다.
연구생 생활을 2년 만에 포기했지만 9차례 도전 끝에 일반인 입단대회를 통해 당당히 입단했다.
농심신라면배 연승최강전에서 2연승을 거둔 최철한 4단, 각종 기전에서 성적을 내고 있는 원성진 3단과 함께 ‘송아지띠 삼총사’로 각광받는 신진기사다.
박 2단은 올해 39승15패로 다승 9위를 달리고 있다. 각종 기전 본선에 꾸준히 진출, 계속 고단자들과 대국을 벌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뛰어난 기록이다.
그의 좋은 성적은 이미 지난해부터 예고됐다. 박 2단은 입단 1년차인 지난해 승률 79.03%로 이 부문 2위를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
이창호 9단도 입단 첫 해에는 제대로 성적을 내지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성적이다. 게다가 박 2단은 입단 첫 해 이미 도전기까지 진출하는 성적을 냈다.
그의 기풍은 실리를 추구하면서도 건실하다. 속기전에도 강해 이번 바둑TV배 결승에도 안영길 4단을 꺾고 무난히 진출했다.
덜컥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것이 강점. 바둑계 관계자는 “기재와 성실함을 모두 갖추고 있어 성장 가능성이 무한한 기사”라고 평가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박영훈 2단의 기세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상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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