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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출연 않는 브라운 아이즈 "신비주의? 우리 방식일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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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출연 않는 브라운 아이즈 "신비주의? 우리 방식일뿐이에요"

입력
2001.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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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줍은 듯 단정한 모습의 윤 건(26), 그리고 종이조각에 흑인의 프로필을 그리며 자신만의 세계에 골몰해 있는 나 얼(24), 그 어느 스타보다 만나기 힘들었던 두 청년이었지만 겉모습만큼은 그지없이 평범했다.도심 번화가에서 ‘벌써 1년’이 수없이 흘러나와도, 옆의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 지나가도 그저 무덤덤하다고 했다.

인기의 허무함을 겪어서일까. 1999년 나얼은 R&B그룹 ‘앤썸’으로, 윤건은 힙합 그룹 ‘팀’의 멤버로 잠시 활동했다.

“참 우스워요. 그땐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다 ‘앤썸’과 ‘팀’을 얘기해요.”(윤 건) “옛날부터 친했던 골수팬들은 몇 명 있어요. 그 애들하고는 지금도 친동생처럼 지내요.”(나 얼)

이들은 성공 비결에 대해 “기획력”이라고 단박에 대답한다. 그러다 ‘기획’이 주는 인위적이고 상업적인 인상이 걱정되어서인지 윤 건이 금세 설명을 덧붙인다.

“실체도 없는 것을 요란하게 선전하는 게 기획이 아닙니다. 우리가 공들여 만든 음악을 소속사가 효과적으로 알린 거죠.”

흔히들 ‘신비주의’라는 타이틀을 붙이지만 이들은 “전략이라 부를 것도 없다. 우리에게 편하고 맞는 방식이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음반에 자신이 있는데 굳이 나설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아직도 방송 출연은 탐탁치 않아 출연하지 않는다. “차가 없지만 돌아다니는 걸 좋아해요. 그래서 얼굴 알려지는 거 싫어요”(나 얼) “신인이라면 실수를 해도 용납되겠지만 이미 소문은 날 대로 났고, 부담스럽죠”(윤 건)

음반을 낸 가수가 애써 대중매체를 회피하는 것은 사실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들은 ‘브라운 아이즈’를 선택한 70만의 저력을 믿는다. TV에서 보여주는 그 무엇보다는 음악 자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말이다.

보컬 나 얼은 끊임없이 흥얼거린다. R&B든 발라드든 끈끈하면서도 금속성이 깃들인 특유의 목소리로 ‘브라운 아이즈 표’ 음악으로 만든다.

계원예술대학을 졸업하고 올해 단국대 미술대학에 편입한 미술학도이기도 한 나 얼은 “흑인음악이 좋아서 흑인만 그린다”고 한다. 뭉툭한 단답형의 대답 속에 한 곡을 수천 번씩 들으며 자기 것으로 만드는 외골수 기질이 숨어 있다.

윤 건은 “내 삶은 데모 테이프 인생”이라고 한다. 고교 때부터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직접 데모테이프를 만들어 기획사를 부지기수로 찾아다녔다.

연세대 음악대학에 입학했지만 학과 공부에는 별로 뜻이 없었고 작곡과 노래에만 힘을 쏟았다. 힙합 프로젝트 앨범 ‘1999 대한민국’ 프로듀서로도 일했다.

뉴에이지, 댄스 등 가리지 않고 들으며 흑인음악과 접목시킨다. 팝의 비트와 R&B의 호소력이 어우러진 ‘벌써 1년’도 그래서 만들어질 수 있었다.

방송 출연 한 번 없이 70만 장을 팔아치운 그들의 저력은 어느날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니었다.

각자 수 년 간 음악에 쏟아온 열정과 뛰어난 재능, 그리고 강한 개성과 주의 깊은 전략이 3년 동안 버무려진 산물이었다.

양은경기자

key@ 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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