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방배2동 주택에 사는 김모(47)씨는 최근 주차문제를 둘러싸고 이웃집과 이전보다 훨씬 더 심각한 갈등을 겪고 있다.거주자우선주차제 시행에 따라 김씨는 지난달 월 4만원을 내고 꿈에 그리던 ‘나만의 주차공간’을 확보했다. 그러나 김씨의 주차공간에 다른 차량이 주차해도 막을 도리가 없었고, 고육책으로 폐 타이어와 생수통 등으로 경계선을 그었다가 동네에서 ‘왕따’ 신세가 됐다.
내년 초 서울시 전역 실시를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거주자우선주차제가 졸속 시행으로시민 모두가 불편만 겪는 골치거리로 전락하고 있다.
■ 연말까지시 전역에 주차구획 확정
거주자우선주차제는 주차공간이 부족한 주택가 등지에 주차선을 그어놓고 신청자에 한해 유료로 주차할 수 있게 하는 제도. 주택가의 폭 3.5m이상 이면 도로가 대상이며 소방도로가 확보되지 않는 좁은 길은 제외된다.
주차권은장애인-근거리 거주자-장기거주자-소형 차주 순으로 우선 배정하며 전일권은 월 4만원 주간권은 3만원, 야간 2만원 등이다.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시 전역에 총 30만면의 주차구획을 최종 확정할 계획이며 내년 3월까지 100%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시청-구청-시민들 입장 제각각
서울시는 밀어붙이기 식으로 강행하고 있지만 문제는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주차 공간. 시내 주택가 차량은 모두 178만 여 대인데 연말까지 확보되는 주차공간은 123만 여 대. 나머지 55만 여 대는 갈 곳 없는 불법주차신세가 된다.
평균 10대 1이 넘는 주차권 경쟁에서 탈락한 시민들은 “불법주차를 하고 싶어 하느냐”고 반발하고 있고 주차권을 따낸 시민들은 “왜 단속을 안해 우리만 돈을 내느냐”고 볼멘 소리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비좁은 골목길 차주들은 마음 편하게 불법주차를 해도 단속하지 않아 “차라리 단속걱정 없는 산동네가 낫다”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구청 측도 걱정이 태산이다. 대안도 없이 단속할 수도 없고 불법주차를 그저 묵인할수도 없어 고민하는 처지인데다가 주차권 확보자와 미확보자 양측의 민원에 시달리고 있다.
시 관계자는 “여건이 채 갖춰지지 않았지만 무엇보다 시민들의 적법주차의식을 고취시키는게 중요하다”며 “불법주차 단속은 소방도로 확보차원 식의 탄력 운영을 하면서 집 주변 공동주차장 개설을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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