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구 산후조리원두 곳에서 돌연사한 신생아 3명은 관리 부실에 따른 전염성 바이러스에 감염돼 숨졌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특히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있는 산후조리원에 대해 보건당국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고, 신생아들의 발병ㆍ사망과정에서 병원과 경찰 등이 늑장대처한 것으로 밝혀져 ‘관재(官災)이자 인재(人災)’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31일에는 산후조리원에서 설사증세로 일산백병원에 입원한 신생아들과 신생아 중환자실에 함께 있던 생후 17일된 남아 1명이 호흡이없고 동공이 열리는 등 중태에 빠져 돌연사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돌연사 원인
국립보건원은사망 신생아 3명 중 2명을 부검한 데 이어 입원 중인 신생아 1명과 치료를 받고 퇴원한 신생아 1명의 가검물을채취, 정밀조사 중이다.
양병국(梁秉國) 역학조사과장은 “부검 결과 선천성 질병은 없었다”며 “신생아들이설사, 구토 등의 증세를 보인 만큼 바이러스 혹은 세균에 의한 감염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양 과장은 “설사 등의 증세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와 세균은 20여가지”라며“바이러스와 세균의 종류는 정밀 조사가 끝나는 3일에나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술한 늑장 대처
일산백병원과 문제의 산후조리원들은 신생아들에 대한 신고를 제때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사고 있다.
백병원은 신생아들이 설사 등의 증세를 보였는데도 전염병을 의심하지 않은 채 이들을 다른 신생아와 함께 치료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U산후조리원에서 신생아가 지난 22일 숨지고, 이곳에서 24일 1명이 또 사망했는 데도, 인근 H산후조리원에서 조리를 받은 신생아가 숨진 29일에야 보건당국에 신고가 들어왔다.
경찰도 지난 25일 신생아 2명이 돌연사했다는 신고를 받고도 병원과 H산후조리원에 대해서는 조사하지 않고 단순한 변사 사고로만 처리했다.
■산후조리원 실태
전국에서 운영중인 산후조리원은 304곳(올 1월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증가추세가 계속되고 대부분 전문 인력도 없이 운영되는데다 관련 법 규정도 제대로마련돼 있지 않아 감염사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최근 조사 결과, 산후조리원 시설 책임자가 비의료인인 경우가 66.5%에달했고, 의사가 시설책임자인 산후조리원은 2%에 불과했다.
신생아가 돌연사한 일산의 H산후조리원도 자격증없는 원장에 조무사로 비전문가인 아르바이트생까지 고용,이번 사고를 자초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뒷짐만 지고있다. 산후조리원이 서비스 자유업으로 분류돼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 신고만 하면 누구나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위험한 규정’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
시설 및 인력 기준과 위생관리 요건 등을 규정하고 있는 법령도 전무한 실정이다
■불안감 확산
잇따른 신생아 돌연사 소식이 전해지자 상당수 산후조리원에서는 퇴원사태가 빚어지는 등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고양시 일산구 H산후조리원 관계자는 “위생관리를 강화하고 있지만 일부 산모들이 불안한 표정으로 퇴원을 서두르고 있다”고 전했다. 신생아가 사망한 U산후조리원은 이미 산모들이 모두 퇴원했고, ‘내부수리중’이라는 안내문만 붙여 놓은 채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박광희기자
khpark@hk.co.kr
정녹용기자
ltre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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